해외 사례를 보면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맞춤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먼저 암표상들이 매크로(자동클릭) 방식으로 티켓을 선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온라인 티켓 판매법’을 제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이를 재판매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비정상적인 티켓 거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재 대상이 되며 정부가 암표상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 수 있다. 뉴욕주의 경우 ‘예술문화법’에 따라 매크로를 사용하는 암표상에게 500∼1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며 관련 수익도 몰수하도록 규정했다.
암표 자체를 근절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해 재판매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암표 문제를 풀어가려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 영국, 스웨덴, 아일랜드 등 서구권의 공연산업 선진국들은 이미 이 길을 가고 있다. 티켓 재판매 시장을 인정하고 합의된 규정하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티켓 재판매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152억달러(약 18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매식 암표상과의 카톡 |
구입 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는 티켓을 재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제한 정책이 오히려 개인 간 암표 거래나 구매자 보호장치가 없는 공간에서의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해외에서 먼저 제기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매크로 구매는 제한하되 재판매 가격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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