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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규정'에 손발 묶인 경찰… 흉악범죄 속수무책 [뉴스+]

입력 : 2018-11-06 19:25:09 수정 : 2018-11-07 14: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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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옭아매는 제한규정 많아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 / PC방 1차 출동 때 용의자 연행? / 불심검문 거절 권리 있어 무리 / 전처 살인범, 접근금지명령 위반 / 경찰 할 수 있는 건 퇴거명령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 잇따라 발생하는 흉악범죄를 두고 국민이 경찰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현장 대처만 잘했어도 피해자들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원성이 높다. 현장 경찰관들은 할 말이 많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정부와 시민단체가 ‘인권’을 부르짖으며 범죄자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사이 경찰의 손발은 옴짝달싹 못하게 묶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조차 행사하기가 쉽지 않아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pc방 아르바이트생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성수.
연합뉴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매년 30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살인미수도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554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경찰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에 경찰 손발을 옭아매는 제한 규정이 많아 경찰이 적극적으로 범죄 대응에 나서기가 어렵다.

지난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직전 경찰은 1차 출동했다가 되돌아갔다. 경찰이 이때 용의자 김성수(29)씨를 연행하기만 했더라도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이 김씨를 데려갈 아무런 권한이 없다.

물론 경찰관 직무집행법 3조는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고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또는 출장소에 사람을 데려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람을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때’에만 가능하다. 

PC방은 김씨에게 불리한 곳이 아닌 데다가 교통에 방해를 주는 장소도 아니다. 더구나 해당 법에는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경찰이 강제할 권한이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흉기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경찰이 적극 처벌하기가 어렵다. 흉기를 휴대하면 폭력행위처벌법 7조에 저촉될 수 있지만 법원은 이 법의 적용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6월 경남 진주시에 사는 고모(27)씨가 흉기를 구입한 뒤 간호대학 인근을 배회했다가 붙잡힌 사건에서 대법원은 “범죄를 행할 의도가 입증됐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깼다.

범행 의도를 입증하든지 특정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흉기를 소지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출동했더라도 ‘범행 의도가 없다’고 해버리면 경찰로선 입증할 방도가 없으니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관은 피의자가 공격할 경우 제 몸 지키기에도 여의치가 않은 현실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의4에선 흉기를 든 범죄자에 대해선 “흉기를 버리라”고 3회 이상 경고한 이후에야 경찰이 무기를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찰들은 “흉기 버리라고 3번 말하는 것보다 범인의 칼이 더 빠르다”고 지적한다. 경찰이 급박한 현장에서 흉악범죄자에게 신속히 대응하려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부 국민은 전처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서울 등촌동 아파트 살인사건에서 피의자 A(49)씨 법원 접근금지 명령을 수차례 어긴 사실이 있는데도 왜 경찰이 그를 체포하지 못했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실상은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다.

가정폭력처벌법 66조에 따라 경찰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자에게 퇴거명령을 내릴 수는 있어도 체포를 할 수는 없다.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범죄자에게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까이 가지 말라”고 사정하는 것뿐이다.

범인을 붙잡은 단계에서도 인권의 논리가 우선시된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와 마약류 불법거래 피의자를 조사할 때 수갑을 채우는 것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갑을 채우지 말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권고대로 규정을 개정했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경찰은 “살인범·성폭행범에게 수갑도 못 채우게 하는 게 인권이냐”며 “이들이 조사 도중 도망치면 결국 피해는 선량한 국민이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흉악범죄 예방을 위해 인권과 경찰 권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위주의 시절 경찰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피의자 인권을 강화하다 보니 정당한 공권력 집행까지 위협하는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행 우려자에 대한 사전조치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경계돼 왔다”면서도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사건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도 “과거 독재정부 시절 경찰권 남용이 문제된 이후 줄곧 인권만 옹호하는 쪽으로 법조항이 만들어져 왔다”며 “그 결과 범죄를 제때 막지 못하는 경찰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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