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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워마드’를 옹호하는 당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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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2 19:18:41 수정 : 2018-08-12 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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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화장실이나 공중목욕탕 가는 것도 무서워요.”

최근 만난 한 대학 후배가 털어놓은 말이다. 그는 남성 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잇따라 올라온 남자화장실·목욕탕 ‘몰래카메라’(몰카) 사진을 봤다고 했다. 여성들이 느끼는 몰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남성에게 전가한 ‘미러링’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문제는 미러링 이후다. 몰카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찍어 온라인에 게시한 가해자를 찾아 처벌해야 할텐데 단지 미러링이었다는 이유로 ‘무죄’라는 항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주장은 경찰의 워마드 운영자 특정 및 추적 소식이 알려진 뒤로 더욱 거세졌다.

12일 워마드에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 등 몰카 관련 게시글들이 버젓이 남아 있다. 해외 아동의 나체 사진이나 절단된 남성 성기·사체 사진 같은 고어물도 상당수다. “위법 콘텐츠를 발견할 때마다 성실히 삭제하고 있다”는 워마드 관리자의 해명이 무색하다.

이 같은 워마드의 범죄 행위에도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불법촬영물 유포·방조에 눈감은 경찰도 공범”이라며 “편파수사”라고 강조한다. “일간베스트(일베) 운영자부터 체포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촬영물을 유포·방조한 웹하드는 처벌하지 않은 경찰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한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불법의 평등’을 요구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불법의 평등은 ‘다른 이들도 같은 불법을 저질렀으니 나를 처벌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세상에 잡아들일 수 있는 범죄자는 한 명도 없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쳐온 이들이 누구였나.

엄밀히 따지자면 불법의 평등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워마드와 일베 운영자의 행동에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위법한 게시물이 올라와도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수사에 협조를 안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약관에서부터 음란물 등 위법한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게시물 삭제와 경찰에 회원 정보를 넘겨주는 일베와 달리 워마드는 자체 검열이나 수사 협조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서버가 해외에 있다”며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이었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경찰 입장에선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 발부가 지극히 당연한 수사 절차에 따른 것일 뿐이다. 어느 나라 경찰이(심지어 남자 경찰관이라고 해도) “여자가 감히 남성 혐오를 해?”라며 전례 없이 총력을 기울여 수사를 펼치겠는가. 심각한 피해 망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부 여성단체의 워마드 감싸기는 자칫 페미니즘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워마드의 갖은 기행과 범법 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이 적잖다. 회원 수천명의 커뮤니티를 감싸려다가 페미니즘 진영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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