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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특별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전익수 공군 대령에게 임명장을 전달 한 후 장관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기무사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은 10쪽짜리 문건으로 계엄령과 위수령 선포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문건은 “촛불·태극기집회 등 진보(종북)-보수세력 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며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위수령과 계엄령 등 비상조치 유형을 설명하면서 가용 병력으로 6개 기계화보병사단, 2개 기갑여단, 6개 특전사부대 등을 언급했다. 합동수사본부가 보도 검열단과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운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군 관계자는 “탄핵 판결 이후 치안이 극단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을 가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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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준수 다짐하더니… 올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1월 25일 이석구 기무사령관 등 기무사 간부들이 서울 현충원에서 물에 손을 씻는 세심(洗心) 의식을 통해 정치적 중립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지난 3월 불거진 촛불시위 당시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문건과 연관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위수령 폐지에 대해 국방부에 질의하고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등에 위수령 관련 검토를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외부로 유출돼 지난 3월20일 공개됐다. 이를 두고 방송사인 JTBC와 SBS가 다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계엄령 관련 문건도 위수령에 대한 검토와 같은 맥락에서 기무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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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되는 독립수사단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힌 뒤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 정부 때인 2017년 3월 촛불집회에 대응해 위수령 및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기무사로부터 해당 문건을 보고받았으나 수사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 업무가 아닌 분야에 개입했으므로 월권이고, 문건에 담긴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어 기무사 개혁 근거가 됐다”고 전했다. 송 장관이 4개월 가까이 침묵한 것에 대해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이 의원이 해당 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커지자 지난 6일 “국방부 검찰단이 문건의 작성 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기존 판단과는 다른 부분이다. 청와대가 해당 문건에 대한 수사를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독립적인 성격의 수사단을 별도로 꾸려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이 문건을 둘러싼 국방부의 최근 행보에 대한 불신을 표시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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