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뉴스분석] 취소인 듯, 취소 같은…북·미 '비핵화 수싸움' 2R

입력 : 2018-05-25 18:32:37 수정 : 2018-05-25 23:59: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발 물러선 北, 대화 여지 남긴 美… 北·美회담 동력 다시 살아날까 / 김계관 “아무때나 마주앉을 용의” / 담화 내용 김정은 의중 분명히 해 / 강대강 외교 버리고 유화적 대응 / 北 “트럼프 방식 기대” 언급은 주목 / 文대통령 “정상간 소통해달라” 요청 / 김정은 ‘수용’ 트럼프 ‘환영’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에 북한이 예상 밖으로 신속하고 절제된 대응을 하고 미국이 이를 평가하면서 양측의 대화 탐색이 다시 모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副相·차관·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취소 서한 발표 8시간30분 만인 25일 오전 7시30분쯤 위임에 따른 담화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에도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bold decision)을 내리고 수뇌상봉(정상회담)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 왔다”고 호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금융규제완화 법안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발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 서명식에서 "바라건대 북한과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며 "지금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에 어떤 시점에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북한 외교가 보여준 행태와는 전혀 다른 이례적 모습이다. 북한은 외부 압박에 직면할 경우 강대강(强對强) 대결을 마다하지 않아 긴장이 고조되기 일쑤였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미사일 발사·초강경 발언이나 다시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었는데 김 제1부상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성명을 발표했다”며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를 유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담화의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에 대해서도 “사실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페기(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했다. 북한의 대미(對美) 수사(修辭)가 한층 부드러워진 것은 향후 대화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담화는 ‘위임에 따라’ 발표됐다고 밝혀 담화 내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임을 분명히 했다. 24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에 “6·12 북·미정상회담은 부적절하나 전화나 편지를 주저말고 달라”(트럼프 대통령)→“정상 간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문재인 대통령)→“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김정은 국무위원장 위임을 받은 김계관 담화)→“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를 받았다”(트럼프 대통령)라는 정상간 메시지가 오간 셈이다.

문 대통령의 정상끼리 소통해달라는 요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용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사유가 표면적으로 밝힌 수사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이유는 최선희 발언도 있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문제가 더욱 근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고암-답촌 철길 완공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트럼프 방식’(Trump formula)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밝힌 부분은 분위기 전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방식을 기대했다는 점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시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에 대해 북·미 간 일정수준 만족할 만한 합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예진·박수찬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