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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주머니 속 송곳 같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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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9 00:06:12 수정 : 2018-05-19 0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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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자 증가 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을 지원하는 여러 정책이 있지만, 실효성을 별반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 취업률 증가 대책으로 거론됐던 ‘청년창업사관학교’마저 예산부족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들은 힘겨운 취업전쟁에서 기댈 데도 없이 실망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취업준비를 한다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감독 데오도르 멜피)에서 ‘숨겨진 인물들’이라는 것은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인종적으로는 흑인, 성별로는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을 받았던 뛰어난 여성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인재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나사 간부나 직원들이 처음부터 인종이나 성별에 편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과 우주탐사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었던 터여서 누구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나사에 다니고 있는 세 여성인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과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메리 잭슨(저넬 모네이)의 힘들지만 통쾌한 승리는 그들의 어려운 성장 과정만큼이나 감동이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기법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함으로써 주제와 인물을 잘 전달하는 미덕을 지녔다.

이 세 여성은 실존 인물이다. 영화는 미국 작가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그녀들은 능력은 출중하나 남성, 그리고 백인들에 의해 소외되고 있었고 영화에서는 세 여성의 어렸을 때부터의 삶에 주목한다. 존슨은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수학능력을 지녔으며, 1953년 나사의 랭글리 연구 센터에서 ‘인간 컴퓨터’로 고용돼 미국 최초 우주 궤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수학공식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본은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로 활동하게 됐으며, 잭슨은 최초의 여성 엔지니어로 성공하게 된다. 이 세 여성들의 능력과 의지는 많은 약자의 롤모델이 됐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아무리 깊이 넣어도 삐져나온다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을 쌓은 인재는 어떻게든 쓰인다. 어려운 취업난에도 취업준비생들은 이러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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