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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지 알지?” 직장 여성 2명 가운데 1명꼴 성희롱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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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7 09:03:00 수정 : 2018-05-16 2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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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⑦-ⓒ] 형사정책연구원 및 직업능력개발원 4000여명 실태조사
<편집자주>

“회사 안은 전쟁터요, 회사 밖은 지옥이다.”

국가 및 사회의 민주주의는 크게 진전됐다는데,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이같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전쟁 같은 삶’을 살게 된 것일까요.

원인 또는 이유를 찾아가자면, 우리들의 삶이 가장 많이 머무는 직장도 그 연루 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직장 앞에서 멈춰섰다는 지적도 많으니까요.

오너 갑질, 사장님 갑질, 부장님 갑질, 정규직 갑질, 공무원 갑질, 대기업 및 본사 갑질, 을의 갑질, 임금 갑…질, 괴롭힘 갑질, 잡무 갑질, 노동시간 갑질…. 참 말도 많습니다.

세계일보는 우리들이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부조리한 실체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직장인들의 ‘온라인 해우소’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공동기획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응원, 참여 부탁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고 있는, 또는 주위에서 겪고 있는 갑질이나 괴롭힘, 부조리가 있다면 그 증거와 함께 알려주십시오. 확인이 가능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다면 기사를 통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보를 보내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수도권에 위치한 전자 및 자동차 부품판매 업체에 입사한 회사원 A(여성)씨는 2014년 입사 직후부터 회사 대표실에 수시로 불려갔다.

회사 대표 B씨는 대표실에서 처음에는 A씨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더니 어느 날 다시 대표실에 불러 말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지? 네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이해하겠니?”

B씨는 그러면서 A씨를 포옹했고 A씨가 이를 뿌리치자 손등에 입맞춤을 하는 등 성희롱을 이어갔다. A씨는 결국 성적 굴욕감을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직장 여성 2명 가운데 1명꼴로 직장에서 이같은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6개월 이내에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도 10명 가운데 3명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폭력 갑질’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5인 이상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115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내 성희롱 피해 조사 결과 전체 남녀 응답자의 45%가 재직 중인 직장에서 한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 응답자의 35%가, 여성 응답자의 52%가 각각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의 성희롱 피해 비율이 높았지만 남성들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여성들이 입는 성희롱 피해는 외모나 몸매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35.2%로 가장 많았고, 회식에서 술을 따르라는 행위(30.1%), 원치 않는데 손을 만지거나 잡힌 경우(26.7%),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을 들은 경우(24.3%), 입맞춤이나 포옹 등 신체적 접촉을 당한 경우(16.1%) 등 순이었다. 남성들의 경우 음담패설 및 성적농담을 듣는 경우가 22.0%로 가장 많은 가운데 외모 및 몸매에 대한 성적 비유(19.3%), 성인잡지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우(16%) 등 순이었다.

성희롱을 당한 시간대를 조사한 결과 ‘정규 근무시간 중’이라는 응답이 43.7%로 가장 높았고, 야근이나 주말 등 ‘근무시간 외’도 42.2%로 높게 나타났다. ‘외근 중’(17.5%), ‘출퇴근시’(9.0%)에도 성희롱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희롱을 당한 장소로는 ‘음식점 또는 카페’로 답한 응답자가 37.9%로 가장 많은 가운데 ‘사무실’도 37.3%로 높게 나타났다. ‘유흥업소’(22.3%), ‘직장 복도나 계단’(17.7%), 회의실 등 직장 내 ‘밀폐된 장소’(11.0%), 자동차 등 ‘운송수단 내’(9.6%) 등 다양한 곳에서 성희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인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행위자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했다’는 응답은 14.4%, ‘사내 기구에 직접 신고했다’는 응답은 11.9%, ‘외부 기구에 성희롱으로 신고했다’는 응답은 8.3%로 높지 않았다. 반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는 응답은 54.0%로 높게 나타나서다.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복수 응답)로는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5.6%로 가장 높은 가운데 ‘대응을 해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36.3%)라거나 ‘신고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30.6%), ‘기분이 불쾌하지 않아서’(28.1%), ‘사람들에게 소문이 날까봐’(12.5%) 등을 꼽았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15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3000명(남성 57.8%, 여성 42.2%)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6개월간 직장에서 1회 이상 성희롱 행위에 노출된 여성 피해자는 34.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들 스스로 자신이 성희롱 등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경우는 11.6%에 불과,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스스로 성희롱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 응답자 가운데 25.0%가 지난 6개월 사이에 1회 이상 성희롱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돼, 남녀 전체 평균으로 29.0%가 지난 6개월 사이에 현재 직장에서 1회 이상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남성들도 성희롱 피해의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여성 성희롱 피해자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으로 50.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43.5%), 부동산 및 임대업(42.3%)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들 스스로 성희롱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산업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분야로 21.1%였고, 부동산 및 임대업(18.5%), 출판·영상·방송통신·서비스업(18.5%)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서유정 부연구위원과 이진솔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종합적인 성희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공동기획> 세계일보·직장갑질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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