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영미의영화산책] 열정과 투혼에 대한 모든 것

관련이슈 황영미의 영화산책

입력 : 2018-03-23 23:05:41 수정 : 2018-03-23 23:05: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유해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블랙홀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킹은 실험으로 논증이 가능하지 않은 이론물리학 분야인 탓에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학술적 업적은 과학자 뉴턴이나 다윈과 같은 곳에 안치될 만한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201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감독 제임스 마쉬)은 호킹(에디 레드메인)이 운동뉴런질환(루게릭)을 앓기 전 대학시절부터 휠체어를 탄 노년까지의 삶과 물리학에 대한 열정을 그리고 있다. 영어 원제는 ‘모든 것에 대한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다. 그 의미는 호킹이 발견하고 싶었던 전 우주에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원리가 되는 이론을 말한다. 의사는 루게릭 병이 발병하자 2년을 채 넘기기 어렵다고 했지만,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살면서, 그 누구도 밝히기 어려운 우주의 원리에 도전했다. 호킹의 삶 자체가 바로 인간이 어디까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표본이 됐다. 우리는 대체로 육체적으로 조금만 불편해도, 힘들어서 못한다며 핑계를 대기 일쑤다. 그러나 호킹은 마치 육체적 어려움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는 듯 의지가 굳다.

이 영화는 호킹의 아내였던 제인 와일드 호킹이 쓴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 스티븐과 나의 삶’이 원작이다. 멜로드라마의 원산지인 워킹타이틀 제작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따스한 멜로가 영화 전체의 기류를 지배한다. 루게릭 병에 걸렸음에도 호킹과 결혼하는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의 선택은 왜 이 영화의 제목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했는지 그 근거가 된다. 그녀는 촉망받는 케임브리지 대학생이었음에도 호킹을 진정으로 사랑해 자신의 미래를 돌보지 않고 그를 위해 30년 동안 헌신했다. 영화에서 호킹이 힘들 때마다 그에게 용기를 주는 제인의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와는 정반대이다. 그녀가 너무나도 힘에 부쳐 이혼하게 됐을지라도 그녀의 헌신은 종교에 가까워 보인다.

생의 무게에 눌려 우리는 가슴벅찬 감동을 잃어갈 때가 많다. 그러나 “삶이 비록 힘들지라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라고 세상에 외치는 호킹의 말은 화면을 뚫고 우리 가슴에 내리꽂힌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의 말과 모습은 영원히 우리 곁에 함께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