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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마지막' 발언] 정치보복 프레임 담긴 듯…문 대통령 겨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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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5 06:00:00 수정 : 2018-03-15 1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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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세계] MB의 대국민 입장문 전문가 분석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1979년 10월4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자신의 국회의원 제명 징계안이 통과되자 남긴 말이다. 그건 헌정 사상 첫 국회의원 제명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제명은 야당 의원들의 집단 사퇴로 이어졌고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촉발한 부마 민중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특히 그가 인용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표현은 이양우 시인의 시를 인용한 것으로, 이후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저항’을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에선 말이 전부’라는 표현처럼, 정치인의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뉴시스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2013년 2월24일 퇴임한 후 5년17일, 1844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6문장의 긴 대국민 입장문을 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입장문, 특히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는 발언과 표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즉 ‘정치보복 프레임설’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설’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정치보복 프레임이 담긴 듯 보여

많은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앞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번 일로 마지막’ 발언은 자신의 소환이 부당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했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마지막’이라고 말한 것은 결국 자신이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정치보복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MB(이 전 대통령)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5년간 잘못된 통치를 한 대통령이 다음 정권에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도 “지난 1월 기자회견 때 MB가 직접 ‘정치보복’을 언급했고, 13일 MB 측근 김효재 전 정무수석도 ‘정치보복이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연속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참담하다’ ‘민생경제, 안보 불안’ ‘다신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등에서 정치보복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포토라인에서 MB가 직접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기 때문에 단정하긴 어렵다”고 제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위 초청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일 수도”

이 전 대통령이 법적으로 다퉈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법적으로 다퉈서는 실형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MB는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MB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빅딜을 제안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부메랑’ 발언과 김성태 원내대표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을 종합해 보면, 집권 여당이 바뀌었을 때 문 대통령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진정성 찾기 힘든 발언 지적도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서 한 말에 진정성을 담으려고 했다면 상당한 혐의들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법리적으로 계속 다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에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는 말은 ‘불행한 대통령이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대국민 메시지를 남긴다면, 먼저 논란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그 부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했다”며 “본인은 법률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건 수사적인 의미 그 이상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은숙 변호사는 한 종편에 출연해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는 건 순수한 의미로 보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를 받는 일은 국가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일 것”이라며 “사실상 본인도 더 이상 소환되기 싫고 이번 한 번으로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의미부여보다 검찰의 수사 결과 지켜봐야 의견도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기보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대해 “중의적인 말”이라며 “‘억울하다, 정치적 보복이다’라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일부 본인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나로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포토라인에 섰다는 것 자체도 정치적 상징이 있지만,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연·이동수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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