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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김정은의 '속도전'… 연이은 파격행보 왜

입력 : 2018-03-09 18:29:42 수정 : 2018-03-10 11: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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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북·미대화 무산’ 교훈 삼은 듯 / 김정일·클린턴 만남 직전까지 성사 / 정권 넘겨받은 부시 ‘강경정책’ 선회 /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자신감 바탕 / 韓·美정부 2년차… 관계개선 적기 판단 / 현안 일거에 해결 ‘톱다운’ 논의 제안 / 北 체제 안정·정상국가 이미지 각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대외관계 개선의 속도전을 펼치는 배경에는 2000년 미국 대선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하 당시 직책)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선대(先代)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9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남북,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2000년 11월 미국 대선 후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것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는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이 각각 상대측을 방문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등 정상회담 직전까지 갔다.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발생 후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자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해 북·미 관계는 파탄 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한·미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는 임기 말기나 대선 직전이 아닌 한·미 정부 모두 집권 2년 차인 현시점이 관계 개선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미국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상·하의원 선거) 선거전이 5월부터 시작됨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월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월부터는 미국 중간선거전이 시작되니 현시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신년사에 이은 평창동계올림픽 계기의 대남(對南) 대화·평화 공세가 결국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이른바 체제 불안,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시간이 소요되는 상향식(보텀업·bottom-up) 논의가 아니라 현안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하향식) 논의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핵 6자회담이나 고위급회담, 장관급 회담 등을 거쳐 최상부로 안건이 올라오려면 몇 년이 지나도 되지 않는다”며 “과거처럼 시간을 길게 끌지 않겠다는 의도로 톱다운 방식을 통해 위에서 합의한 뒤 아래에서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서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鄭 실장 면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정 실장은 면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주민에 대한 권위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정권 수립 70주년(9월9일)을 성대하게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정권 수립 70주년을 통해 북한의 최고 존엄으로서의 이미지를 대외에 각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예진·박수찬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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