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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칼럼] 건강한 대한민국, AI가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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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3 22:56:57 수정 : 2025-11-23 2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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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양질의 의료 데이터 강점
AI로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 높아
정부·국회 법·제도 정비 서두르고
여러 이해관계 있어도 뜻 모아야

우리는 흔히 인사말로 ‘건강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9988234’라는 암호 같은 말도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떠난다는 말이다. 이는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사는 ‘건강 수명’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염원에 대한 해답을 이제 인공지능(AI)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된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고, 건강한 사람들의 정기 건강검진 데이터도 잘 관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이를 AI 학습에 활용하면 혁신적인 ‘AI 건강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고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아울러 관련 산업을 육성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2023년에 준비되어 현재 추진 중인 AI 건강서비스 사업은, 모든 국민이 건강한 나라로 나아가는 AI 기반 혁신 패러다임의 큰 발걸음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많은 질병은 여러 진료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AI 건강서비스’는 다양한 진료과의 논문, 교재, 임상 데이터 등을 학습해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분석과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2017년 구글이 발표한 인공지능 아키텍처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덕분이다. 이 아키텍처 기반으로 방대한 의료 데이터셋을 학습하면 AI 건강서비스 모델이 구현된다. 이 모델은 문맥과 의미를 정교하게 이해해, 미묘한 연관성이 있는 의료 정보를 매우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건강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그동안 축적한 건강검진 결과와 병원 치료 기록, 식습관 등을 입력하면 나에게 꼭 맞는 ‘개인 정밀 맞춤형 예방적 건강서비스’를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건강보험 재정이 수년 내에 적자로 돌아서고 2030년쯤에는 누적 준비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에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세금을 인상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보다 더 현명한 대안은 AI 건강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질병을 줄여 건강보험 지출을 절감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참담한 현실을 안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률이 1위이고, 그 주요 원인은 경제적 빈곤이다. 예방적 AI 건강서비스로 질병 위험을 낮추면 병원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을 한층 낮출 수 있고 노후준비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 서비스의 혜택을 국민이 누리도록 하려면 보완할 점이 많다. 현재는 소아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주요 질병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는데, 질병 수를 확대하면 서비스가 더 강화될 것이다. 학습 데이터는 주로 병원의 임상 결과, 교재 및 논문일 것이고, 일부 장내 미생물 관련 자료일 것이다. 이들 데이터의 범위와 깊이를 더하고 유전자 정보까지 학습하면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가 신속하게 사용될 수 있게 해야 하고,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여러 기관의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적극 연합·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의료법과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 서비스는 의료진의 진료를 도울 수 있고, 제약 분야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이를 선도한다면 전 세계 시민들이 한국에서 예방적 건강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고, 의료진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또한 이 서비스에 우리의 저전력 네트워크처리장치(NPU)를 장착한 AI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고, 이 서비스와 시스템을 패키지형 모델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할 길도 열릴 것이다. 그야말로 1석 3조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AI를 활용해 무엇보다 국민이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AI 건강서비스 관련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산업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뜻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하다’는 원칙을 잊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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