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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여의도에 부는 #미투운동, 여야 긴장

입력 : 2018-03-06 19:05:23 수정 : 2018-03-07 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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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보좌진 성추행설 나돌아 / 지목 가해자 바로 면직 처리도 / 정치권 앞다퉈 미투 지지 표명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에 대한 폭로가 나온 5일 정치권은 예견된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과 고위급 보좌진이 직접 하위직 보좌진을 사실상 ‘낙점’하는 등 강력한 인사권을 무기로 ‘권력형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보좌진이 실명으로 피해사실을 폭로하면서 여의도는 불어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바람에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6일 안 지사가 출근하지 않은 도지실과 비서실 문이 닫겨 있다.

6일 국회사무처와 보좌진들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는 이들이 겪은 성폭력 피해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여성 비서관은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3년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남성 보좌관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는 “항의를 할수록 제 입지만 좁아졌다.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에 경력이 쌓일 때까지 사직서를 낼 수 없었다”며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보좌관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이날 곧바로 해당 보좌관을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상황이 일어날 당시에는 보좌관이 우리 의원실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제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충남 홍성군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안희정 전 도지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최근 미투 운동을 지지한 이 의원님’을 지칭하며 “제가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던 의원님은 따님분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 저는 의원님을 마지막으로 뵀던 날이 떠오를 때마다 힘들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은 앞다퉈 미투 운동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업무상 특수관계로 피해가 있어도 얘기하지 못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지 않느냐”며 “보좌진, 당직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돼야 하고, (피해예방을 위한) 내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혐오와 차별적 발언 금지, 불필요한 성적 농담 및 신체 접촉 금지 등이 포함된 성평등 활동수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미투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홍준표 대표는 “미투 운동이 제대로 진행돼 대한민국에 건전한 성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젠더폭력대TF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젠더폭력대책TF 측은 안 지사에 대해서는 형법과 성폭력범죄특별법 등 관련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또 다른 피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남인순 위원장, 박경미 의원.

그러나 국회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성차별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데다가 ‘힘의 논리’가 작용되는 정치권이 어느 정도의 자정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여성 비서관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이후 ‘왜 하필 수행비서로 여성을 고용했느냐’, ‘앞으로 여자들과는 일하기 겁난다’는 등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온다”며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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