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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베트남축구, 아시아 중심으로

입력 : 2018-01-28 19:57:54 수정 : 2018-01-28 2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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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와 연장 끝 1-2 석패에도/역대 최고 성적 거두자 국민들 열광/朴감독에 정부 훈장… ‘亞히딩크’로/쯔엉 등 ‘황금세대’에 투혼 심어줘/맞춤훈련·소통의 지도력 시너지/특유의 창의적인 플레이 극대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 ‘축구 변방’ 베트남이 아시아 축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최근 기세를 보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백발이 성성한 박항서(58) 감독의 땀과 눈물이 어려 있다.

축구가 국민 스포츠인 베트남에서 23세이하(U-23) 대표팀의 인기는 성인 대표팀을 뛰어넘는다. 박 감독이 이끄는 U-23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 1-2로 패했다. 그러나 베트남이 AFC 주최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자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정부에서 3급 노동훈장을 받게 돼 ‘아시아의 히딩크’로 완벽히 거듭났다. 28일 오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 대표팀이 귀국하자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까지 이어지는 길 곳곳에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을 환영하는 인파로 넘쳐났다.

축구 U-23 베트남 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결승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서 눈을 맞으며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창저우=VNA연합뉴스
이처럼 베트남이 열광하는 데는 다소 불편한 사연이 있다. 2005년 12월 국가대표 선수 2명이 국제대회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베트남 국민은 성인 축구 대표팀에 등을 돌렸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축구 열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하다 성인 국가대표 대신 유소년 축구를 선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아스널과 협약을 맺고 유소년 축구를 집중 육성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황금 세대’가 이번 AFC U-23 챔피언십에 총출동해 괄목할 성과를 냈다. 이에 성인 대표팀에서도 열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베트남 영웅’ 귀국… 환호 28일 베트남 하노이 외곽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모인 수많은 축구팬들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조형물을 들고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 감독과 대표팀의 귀국을 환영하고 있다. 박 감독이 환영 인파에 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하노이=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도 적지 않다.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을 굳건히 지킨 베트남 출신 K리거 1호 르엉 쑤언 쯔엉(22·전 강원FC)을 비롯해 전천후 미드필더 응우옌 콩 푸엉(23)도 2선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차세대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168㎝의 단신인 응우옌 쾅 하이(21)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5골을 터트리면서 ‘박항서 매직’을 실현시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여기에 대표팀 골키퍼 라인에서 막내이면서도 숱한 공세를 육탄방어로 막아낸 부이 띠엔 중(20)의 투혼도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의 축구팬들이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창저우=EPA연합뉴스
‘베트남 영웅’ 귀국… 카퍼레이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28일 귀국해 하노이시에서 카퍼레이드에 나서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국기를 흔들며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박 감독이 공항에 도착한 후 환영 인파에 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하노이=EPA연합뉴스
무엇보다 박 감독의 리더십에 선수들이 완전히 녹아들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이 약점으로 거론되자 극한 훈련을 통해 신체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또 박 감독의 나이답지 않은 천진난만한 성격이 베트남 선수들과 궁합이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생일까지 챙겨주는 등 스스럼없이 어울려 지내며 적극적으로 소통한 끝에 베트남 특유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극대화시켰다. 일례로 박 감독은 또 지난 20일 이라크와의 대회 8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지금 97세인 부모님이 한국 시골에 계신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박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향후 좋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오랜 기간 베트남을 이끌 가능성도 크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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