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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대북메시지, 진심과 결기 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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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4 22:33:14 수정 : 2017-08-24 22: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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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괌 포위사격 언급 긴장 고조 / 과거 소극적 대응에 도발 반복 / 막말·위협 등 더 이상 묵과 안 돼 / 압박할 수 있을 때 대화 길 열려 불과 2주 전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살벌한 설전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맞이할 것이라고 북한 정권의 최후를 경고하자, 북한은 괌을 화성-12 미사일로 포위사격하겠다고 맞섰다. 그런데 핵 운용전략의 관점에서 북한의 이런 행위는 자살에 가깝다. 북한이 ‘포위사격’한다는 화성-12는 핵미사일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미사일이 정말 영해 밖에 떨어질지 괌의 영토에 떨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으로선 괌에 대한 사격을 미국 영토에 대한 핵공격으로 받아들이고 핵보복이나 선제 핵공격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핵전쟁은 그 피해가 클 것이 명백하기에 미·소가 핵무기로 대치하던 시절에도 서로 최소한의 신뢰구축 채널을 열어놨다. 따라서 상대방 국가에 미사일을 시험발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놓고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라고 예일대의 폴 브래큰 교수는 일컫기도 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군사학
이런 와중에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됐다. 올해 훈련은 작년과 규모가 같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두 차례나 발사했는데 규모가 더 커지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마치 북한의 핵 협박에 한·미 양국이 굴복한 듯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지점이다.

그래서인지 미군의 핵심 지휘관들이 훈련 현장을 찾았다. 세계 최대의 미국 핵전력을 관장하는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태평양지역의 모든 미군을 관장하는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핵미사일 요격전력을 관장하는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 등 3명의 지휘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합동기자회견을 했다. 특히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보유한 모든 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폭격기의 3대 핵전력이 모두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에 핵전쟁을 경고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괌 포위사격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상황관리에 들어갔다고 반겼지만 이런 반응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효과다. 애초부터 막말과 위협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며, 이를 막을 대책을 세우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상대방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반기는 자세야말로 상대방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증거다.

유사한 사례가 역사 속에 있다. 번영을 구가하던 서유럽 국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은 후에 전쟁만은 피하자면서 나치 독일에 양보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 결과 히틀러는 더 큰 양보를 요구하며 유럽 전체를 집어삼켰다. 전쟁을 피하려다가 더 큰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이후 서유럽은 다시는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없었다. 한·중·일 3국이 주축이 되는 동북아도 마찬가지이다. 유례없는 번영을 지속시키려면 북한의 망동을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결기와 진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2015년 8월 25일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목함지뢰도발과 연이은 포격도발로 전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던 북한은 막상 대한민국이 항전의지를 보이자 꼬리를 내렸다. 그 결과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의 3인방을 보내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8·25합의가 등장했다. 물론 북한은 이후 4차 핵실험으로 8·25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2년 전의 교훈은 여전하다. 우리가 협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저들을 압박할 수 있을 때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전쟁은 두려워하는 자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전쟁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만큼이나 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그래서 중요하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이야말로 그런 메시지를 보내기 가장 좋은 시기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군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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