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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美에서 제기되는 북핵·ICBM 용인론…그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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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4 14:01:58 수정 : 2017-08-25 21: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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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소재를 개발·생산하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4D탄소/탄소복합재료` 공정을 나열한 설명판 앞에 서 있는 모습.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를 무력화하려고 대북 대화와 제재 강화, 군사 옵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동원할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 ‘용인론’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지로 제거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게 현실적 전략이라는 게 용인론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역설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안보 전문가 세르게이 라드첸코와 캠벨 크레이그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김정은이 북한으로부터 세계를 구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파국의 시나리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반항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그런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이 5번의 핵실험과 2번의 ICBM 시험을 했고, 핵탄두 장착 ICBM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ICBM 개발을 완료하면 이것이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이 시애틀, 로스 엔젤레스, 뉴욕, 워싱턴 DC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은 자국 도시 방어를 위해 서울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 동맹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서면 동북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다. 또 이 지역 경제는 안보 불안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만약 상호 오판으로 핵전쟁이 나면 이 지역은 ‘아마겟돈’의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파국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이 지난달 28일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되고 있다.
◆핵과 ICBM의 아이러니

북한이 핵탄두 장착 ICBM을 보유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어도 이것은 미국이 사상 처음 겪는 위기가 결코 아니다. 라드첸코 등은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늘 핵탄두 장착 ICBM 위협 속에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이 모두 핵 탄두 장착 ICBM을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이 의도적이거나 실수로 핵 단추를 누르면 미국은 핵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간에 그러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라드첸코 등은 “김정은의 ICBM도 혼란이나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그 반대로 안정과 평화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미사일을 보유하는 국가가 필연적으로 2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첫째는 그 어느 나라도 자국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와 동시에 만약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핵 전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핵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는 핵 보복 공격을 우려하는 다른 국가들이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어렵지만 그런데도 그 나라를 공격하는 국가는 상대국의 핵무기를 무력화하려고 핵 공격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가상 전쟁

북한이 핵과 ICBM으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핵전쟁일 수밖에 없다고 이들 전문가가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이 북한과 핵전쟁을 하면 그것은 김씨 왕조의 멸망이고, 북한의 패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북한이 핵과 ICBM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에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핵무기가 없었던 베트남을 상대로 핵무기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현재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한 북한에는 미국이 ‘한가하게’ 재래식 무기만 사용할 리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핵보유국은 이 때문에 핵 비보유국에 비해 더욱 현상 유지 또는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경주하게 마련이다. 라드첸코 등은 “역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ICBM이 역설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해 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관계 이론가인 케네스 왈츠는 “ICBM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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