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한국 목소리 중요” 키신저 조언 새겨들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온도 차가 느껴진다. 시 주석은 대화와 담판을 통한 해결을 강조한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도발행위 중단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이 완전히 준비됐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괌 주변 포위사격’ 위협에 대해 “어떠한 행동도 빠르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어제 방한했다.

이번주가 북한 도발의 고비다. 북한 전략군이 이달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해 명령을 기다리겠다고 예고했고, 21일부터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된다. 중국은 북한 도발에 따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대북 중재나 압박에 나설 태세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칼끝이 중국을 겨냥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 영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을 발사해 보복을 초래한다면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경고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작 우리 정부는 태평하다. 미·중 정상 통화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것은 우리가 노력한 대로 방향이 잡혀가는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그동안 어떤 노력을 벌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차 도발 후 열흘이나 지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도발 움직임에 거의 함구하고 있다. 북·미 간 ‘말싸움’에 굳이 개입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청와대 설명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외교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미 언론 기고문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는 없다. 중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내일 8·15 경축사에서 북한 도발 위협에 결연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쳐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날로 고조되는 안보위기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