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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4차 산업혁명] 2차 산업 교육으로 4차 산업 앞장서는 정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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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7 10:00:00 수정 : 2023-11-12 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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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의 우즈베키스탄 칸딤(Kandym) 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 현장.

 

지난 1일 정부의 대외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전 세계 8개국에서 온 섬유기술 분야의 직업훈련 교사를 상대로 역량강화 연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라오스와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튀니지, 파나마, 파키스탄에서 온 15명의 교사는 60일 동안 한국의 섬유산업 관련 주요 관계자와 기업인,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선진 기술을 배울 예정이다.

 

섬유산업은 2차 산업인 제조업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1차에 가깝다. 한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동남 및 중앙 아시아,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주요 저개발국들은 여전히 섬유업과 농업, 수산업, 임업, 축산업, 그리고 원유 및 가스 등 광물자원을 활용하는 1차 산업이 경제의 주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2010년 독일에서 발표된 '하이테크 전략 2020'의 10대 프로젝트에서 처음 언급된 뒤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정보기술(IT)과 산업의 결합’이라는 원래 뜻은 이제는 매우 좁은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거의 모든 분야에서 4차 산업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서는 여전히 1, 2차 산업이 중심이다. 보통 GDP(국내총생산) 상위 50위 외에는 중소득국(Middle Income Countries)과 저개발국에 속하는데, 이들 나라는 여전히 1, 2차 산업이 중심이고, 대부분의 일자리와 직업은 육체적인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큰 고민인 ‘일자리 감소’는 1, 2차 산업 중심인 중소득국, 저개발국과도 무관치 않다. 이들 국가에 더 큰 문제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직업교육’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페이스북(Face Book) 이용자가 17억6000만명에 이르는 초고도 연결 시대인 현재 우리 정부기관이 왜 섬유산업 직업훈련 교사를 상대로 연수에 나선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 안스바흐(Ansbach)에 세워진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adidas Speed Factory)에서 로봇이 신발을 만들고 있다.

 

기술과 로봇의 발달 덕분에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운동용품 기업인 아디다스는 지난해 자국에 23년 만에 신발 공장을 열었다. 인건비를 대폭 줄인 이 ‘스마트 공장’은 100% 로봇 공정을 채택했으며, 로봇이 생산하는 연간 운동화 생산량은 50만켤레에 이른다. 과거 노동력에 기반했던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가 된 셈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 중 약 32%(1억8000 명)가 빈곤 계층인 지구 반대편 중남미의 청년들이 앞으로 산업현장에 참여할 적절한 직업기회와 교육 혜택에서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작년 7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향후 20년 내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1억3700만명은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 거점인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 근로자의 약 56% 규모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개도국 근로자는 빠르게 일할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천연자원을 제외하면 중소득국과 저개발국의 경제발전 핵심 요소는 사실상 직업훈련과 교육이다. 한국이 지난 2000년 OECD DAC(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뒤 국제사회의 주요 공여국으로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 분야이기도 하다. 교육과 직업훈련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적극 지원하는 분야인데, 그 중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성공적인 예가 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도상국 공무원 초청 연수사업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GDP 세계 72위의 국가이며, 천연 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중앙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 우호적이다. 이 천연 가스의 최대 수입국이 러시아이며, 뒤이어 한국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41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를 자랑, 우즈베키스탄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불리는 우스튜르트(Ustyurt) 가스 화학 플랜트 사업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이다. 그 중에서 축구장 34개 규모인 24만3800m²에 전기와 가스, 물 등을 공급하는 기반시설을 놓는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맡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곳에서 채용 연계형 기술훈련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 중부의 부하라 카라쿨(Bukhara Karakul)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한 훈련센터는 현지 청년들에게 용접기술을 교육하고, 자격증을 부여해 현재 공정이 진행 중인 플랜트 현장뿐 아니라 향후 개발되는 다양한 사업현장에서도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 2월까지 1기 수료생 23명과 4∼6월의 2기 26명 전원이 사업현장에 채용되었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카라쿨에서 개최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새희망학교` (New Hope School) 개관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새희망학교’(New Hope School)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학교를 개·보수해주고, IT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컴퓨터를 구입하여 후원하는 사업이다. 유엔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4번과 8번 목표를 통해 양질의 교육과 지속가능한 고용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정부(KOICA)와 기업(현대엔지니어링)의 지속가능 노력이 돋보이는 사업이다. 

 

유엔에 따르면 직업이 필요한 노동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1980년과 2005년 사이에만 그 이전에 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노동인구가 약 149% 증가했고, 동남 아시아에서는 60%, 서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약 2배가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고민해야할 과제이지만, 무엇보다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득국, 저개발국가에서 양질의 직업교육과 보편적인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필수이다. 이처럼 경제활동을 돕는 지원은 현재 전 세계의 가장 큰 문제인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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