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빅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대부분의 철수를 중국에 약속하라는 조언을 트럼프 행정부에 했다고 한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미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한국’ 원칙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또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미국이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 포기, 평화협정 체결, 한국 내 군사 구조 일부 변경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등의 빅딜을 중국과 하자는 것이다. 미·중 빅딜은 북한이 붕괴하면 한반도 전체가 친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다는 중국의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리 말하면 이는 한반도 영구 분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선물로 주면서 북핵을 폐기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미·중 빅딜은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시킨 채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코리아 패싱의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
미·중 빅딜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방기의 두려움을 줄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자신의 안보 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희생시킨다면 미·일동맹의 신뢰도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포섭될 개연성이 높아지기에 이 또한 일본의 안보이익에 반한다. 미·중 빅딜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미국으로부터의 방기의 불안감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한·일 양국을 안보 차원에서 협력하게 하거나 전면 재무장 혹은 독자적 핵무장으로 내부적 균형정책을 추구하게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한·일 협력이 미·중 빅딜의 딜 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결렬 요인)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 핵,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보통국가를 향해 질주하는 일본에 대한 외부적 균형을 잡아준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다시 한·일협력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일협력이 겨누는 것은 적국이지만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 편이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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