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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미·중 빅딜’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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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3 22:51:02 수정 : 2017-08-03 22: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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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빅딜’은 한반도 영구 분단과 미군 철수로 북핵 폐기하자는 것 / 이는 한·일에 방기 불안 증폭시켜 양국 안보협력 강화하게 만들어 북한의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과 중국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그들(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일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북한, 러시아, 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은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시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기와 관련한 분풀이를 하려고 잘못된 대상(중국)을 골랐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빅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대부분의 철수를 중국에 약속하라는 조언을 트럼프 행정부에 했다고 한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미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한국’ 원칙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또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미국이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 포기, 평화협정 체결, 한국 내 군사 구조 일부 변경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등의 빅딜을 중국과 하자는 것이다. 미·중 빅딜은 북한이 붕괴하면 한반도 전체가 친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다는 중국의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리 말하면 이는 한반도 영구 분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선물로 주면서 북핵을 폐기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미·중 빅딜은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시킨 채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코리아 패싱의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미·중 빅딜을 견제할 수 있는가. 해답은 한·일 안보협력 강화에 있다. 한국과 일본은 ‘유사동맹’ 관계에 놓여 있다. 유사동맹이란 두 국가가 서로 동맹을 맺지는 않았지만 제3국을 공동의 동맹국으로 가지고 있는 관계를 뜻한다. 유사동맹이론에 따르면 한·일 양국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두 나라가 느끼는 방기(放棄)와 연루(連累)의 불안감에 서로 차이가 있을 때 양국 사이에는 갈등이 벌어지고, 불안감의 정도가 비슷할 때 양국은 서로 협조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쌍무적인 수준에서 보여주는 기본적인 모습은 갈등이다. 그러나 두 나라가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이는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해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방기의 두려움과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 70년대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정책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대응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미·중 빅딜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방기의 두려움을 줄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자신의 안보 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희생시킨다면 미·일동맹의 신뢰도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포섭될 개연성이 높아지기에 이 또한 일본의 안보이익에 반한다. 미·중 빅딜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미국으로부터의 방기의 불안감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한·일 양국을 안보 차원에서 협력하게 하거나 전면 재무장 혹은 독자적 핵무장으로 내부적 균형정책을 추구하게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한·일 협력이 미·중 빅딜의 딜 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결렬 요인)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 핵,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보통국가를 향해 질주하는 일본에 대한 외부적 균형을 잡아준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다시 한·일협력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일협력이 겨누는 것은 적국이지만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 편이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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