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강타 제프 혼(오른쪽)이 2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WBO 웰터급 챔피언전에서 매니 파키아오의 얼굴에 강력한 오른손 훅을 꽂아넣고 있다. 브리즈번=EPA연합뉴스 |
경기 도중 버팅으로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파키아오(왼쪽 사진)와 경기 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오른 제프 혼의 얼굴은 이날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준다. 브리즈번=EPA연합뉴스 |
이처럼 잃을 것이 없었던 혼은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강력한 돌주먹을 자랑하는 전설을 상대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전략이 승리를 견인했다. 혼은 1라운드 시작 이후 곧바로 파키아오를 상대로 거센 압박을 시작하더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긴 리치를 앞세워 상대의 접근을 막고, 전략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펼쳐 파키아오의 기세를 꺾는 전략도 섞었다. 파키아오는 6라운드에 머리가 부딪히는 버팅으로 오른쪽 눈가에서 피가 흐르며 더욱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복싱 전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공세에 당황하던 파키아오가 중반 이후 기세를 회복하며 특유의 정확한 펀치를 혼의 얼굴에 꽂아넣기 시작했다. 파키아오의 공세가 시작됐음에도 혼의 투혼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판정으로 이어졌다. 두 선수의 투혼에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성을 보냈고 경기가 혼의 승리로 결정되자 홈그라운드에 모인 호주팬들의 환성은 열광으로 변했다.
지난해 4월 은퇴를 선언했다 11월 링에 복귀해 바로 WBO 웰터급 챔피언에 오른 파키아오는 이날 1차방어전 패배로 2015년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 전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통산 7패(59승 2무)째를 기록했다. 복싱 전설을 꺾고 스타덤에 오른 혼은 17승 1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혼과 파키아오는 경기 뒤 재대 결 의사를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