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테러 책임지고 물러나라”… 도마에 오른 메이 총리 리더십

입력 : 2017-06-06 20:48:11 수정 : 2017-06-06 22:27:0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英 조기 총선 D-1… 잇단 테러 최대 악재로 “지난 3개월간 영국에서 발생한 3차례 테러의 책임을 지고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을 사흘 앞둔 5일(현지시간) ITV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빈 대표 발언 무렵 런던 브리지와 인근 마켓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부의 부실 관리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집권 보수당의 낙승을 기대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로서는 최대 악재가 될 법하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 의석이 오히려 줄어들어 과반을 점하지 못할 경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 전략도 전면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영국 경찰이 5일(현지시간) 공개한 런던 브리지 테러 사건의 범인 3명. 왼쪽부터 쿠람 버트(27), 라치드 레두안(30), 모로코계 이탈리아인 유세프 자그바(22).
런던=AP연합뉴스
◆TV 다큐에도 나온 테러범 부실관리 논란, 선거 악재로

런던경찰청은 이날 런던 브리지 테러범들 신원을 공개했다. 범인들 중 쿠람 버트(27)가 영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다룬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했고, 과거 두 차례나 신고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실한 대테러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BBC방송 등은 지난해 ‘채널4’의 다큐멘터리 ‘이웃집 지하디’에 버트를 포함한 6명의 무슬림 남성이 런던의 한 공원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을 펼친 다른 남성의 뒤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 이웃은 버트가 아이들에게 극단주의를 주입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유튜브에서 버트가 극단주의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영상을 보고 그의 친구가 대테러 기관에 신고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과 MI5(영국 정보기관)가 연달아 발생한 세 건의 테러를 왜 예방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런던경찰청은 “경찰과 MI5가 2015년부터 버트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맞지만 테러를 계획하려는 움직임은 파악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가 조기 총선을 사흘 앞둔 5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위해 스코틀랜드 켈소의 한 공구 공장을 찾아 수동식 기중기로 부품을 옮기고 있다.
켈소=AFP연합뉴스
◆보수당 의석 줄면 총리 사퇴 압박 거세질 듯

노동당은 영국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하자 정부의 대테러 정책을 공격했다. 코빈 대표는 특히 “메이 총리가 과거 내무장관 시절 경찰인력 감소를 지휘했다”며 책임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과 정보기관이 잠재적 테러 용의자를 모두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MI5 인력은 4000명가량인데, 버트를 포함한 ‘요주의 인물’ 리스트만 3000명에 이른다. 즉각적인 공격이 의심되는 극소수 용의자를 24시간 상시 감시하는 데 20명 이상의 요원이 투입된다.

BBC방송은 정부의 대테러 정책이 정말 부실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앞으로 테러범 색출을 위해 인터넷 정보 수집에 대한 제약을 줄이고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지 등이 총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원 650석 중 330석을 차지한 보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과 1%포인트에서 12%포인트까지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ICM(11%P), 유고브(4%P), ORB(9%P), 서베이션(1%P), 콤레스(12%P), 입소스모리(5%P) 등이다.

만약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 차지에 실패하면 메이 총리가 추진한 브렉시트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총리 사퇴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