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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틸러슨 방한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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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6 21:18:56 수정 : 2017-04-11 16: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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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동북아 정책의 가늠자
사드 갈등, 북핵, 미·중관계
예전보다 큰 그림 내놓을 것
우리 목소리 제대로 전달해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한·중·일 3국을 동시에 찾는 셈인데, 무엇보다도 북한 문제를 핵심 어젠다(의제)로 올려놓을 전망이다. 첫 방문지였던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 및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공 입장을 다시 확인한 바 있다. 과거 그 어느 미국 정부의 출범 때보다도 대북정책 옵션의 선택지가 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전략이 공식적인 닻을 올린 셈이다.

이번 틸러슨 장관의 방문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의 관전 포인트를 가진다. 우선,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가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들어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 간 갈등의 골을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한다는 외교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시도한 사드 배치가 의도와 달리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미국의 전략적 입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탄핵 인용 이후, 그리고 틸러슨 장관의 동북아 순방 확정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모멘텀(동력)으로 보인다. 물론 틸러슨 장관 방문의 초점이 사드문제에 맞춰져 있다거나 한·중 갈등을 해소할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는 우리 중심의 짐작은 위험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라는 보다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고, 기존의 ‘아시아중시정책’에서 자국중심으로 우 클릭한 미국의 전략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에 우리의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라는 전통적 동맹 관계는 계속 중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극단적 조치를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이어, 미·중관계의 양상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미국의 모든 아시아 정책은 대중정책과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방문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의제 설정을 시도하지 않겠지만, 현재 직면한 다양한 미·중 간 전선 즉, 무역 불균형 문제,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미·중·러 간 새로운 삼각게임의 속내가 어느 정도 비칠지가 자못 궁금하다. 바야흐로 각종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대결이 제도적 중심의 대결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라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돌이킬 수 없는 중국의 부상 앞에서 첫 외교적 카드로 무엇을 뽑아들 것인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끝으로, 틸러슨 장관의 개인적인 역량과 관련한 부분이다. 이 문제는 아직 단정 짓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정가에서 틸러슨 장관의 별명은 ‘투명인간’이라고 한다. 정부 출범 이후 조각(組閣) 과정에서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나 그 이전 부시 행정부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과 비교할 때 역대 최약체 국무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요란하게 전개되는 권력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어느 쪽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한·중·일을 동시에 찾는 틸러슨 장관의 개인적인 역량이 궁금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처한 외교환경의 총체적인 위기는 어쨌건 ‘박근혜정부’의 책임이다. 신뢰, 동북아평화협력,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중견국 등 레토릭(수사)만 늘어놓았지 한국의 외교이익에 실리를 가져다 준 결과는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을 찾은 틸러슨 장관이 귀담아들을 우리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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