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거주 북한 교민들이 25일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뒤 귀가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가운데 8명이 북한 국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지 경찰은 북한 교민 다수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이어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보건부 장관도 25일(이하 현지시간) 김정남 사망 원인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화학무기로 규정한 VX 신경작용제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확인했다. VX는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살포해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가 있다. 북한이 미사일에 VX 등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남측으로 날릴 경우 치명적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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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24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맹독성 신경작용제가 미사일 탄두와 다른 무기에 장착돼 대량살상무기(WMD)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VX를 포함해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은 2500∼5000t으로 추정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발간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 중인 화학작용제는 25종으로, 이 중 VX 등 신경작용제만 6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물무기용 병원체도 세균작용제(탄저균, 브루셀라, 야토균, 장티푸스 등) 7종, 바이러스(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3종 등 13종이나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정찰자산 확보와 생화학전에 대비할 제독 장비 확충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생화학전에 필요한 일부 백신을 여전히 미군에 기대고 있는 상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규탄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인권이사회와 군축회의에서 조목조목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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