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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빨갱이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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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5 17:37:56 수정 : 2017-02-25 17: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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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다! 끌어내라, 죽여라!”

25일 오후 4시 서울 정동 덕수궁 인근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와 시민 사이에서 드잡이질이 벌어졌다. 백발이 성성한 집회 참가자 김모(64)씨는 “빨갱이다! 간첩이다!”라고 고함을 치며 한 40대 여성의 옷깃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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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고함이 신호탄으로 주변에 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여성에게 달려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여성의 머리채와 멱살을 잡은 채 강제로 끌고갔다. 주변에 있던 경찰들의 제지로 봉변을 당했던 여성은 풀려났고 경찰의 인솔로 집회 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여성에게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김씨는 “저 X이 어느 안전이라고 문재인과 야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며 “나라가 위급한 상황인데 저런 간첩은 죽여도 된다”고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3월 초중순으로 점쳐지는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일부 군중들은 폭력을 동반한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빨갱이 사냥’이다.

이날 한 참가자는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의 뒤를 강하게 밀치기도 했다.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기자를 밀치지마자 기자의 가방에 달려있던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뜯어내면서 “이딴 X같은 것을 어디서 달고 다니느냐, 너 어디 편이야!”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해당 남성을 말리자, “똑바로 처신하고 다녀라”라고 외친 뒤 사라졌다.

또 집회에 참가한 군중들은 집회 도구인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있지 않거나,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시시각각 “어느쪽(촛불 또는 태극기)이냐”고 물었다. 우물쭈물만해도 곧바로 “꺼져라, 죽어라”라는 욕설이 들려왔다.

태극기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집회 중간에 “폭력을 쓰지 말자, 평화롭게 집회를 해야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극우 커뮤니티인 박사모 카페에는 ‘촛불집회 테러하러 가실분 모집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촛불들 테러하실 신체 건장하신 분들 모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폭력이든 뭐든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등 상당히 과격해진 모습이었다. 


박사모 카페 화면 캡쳐
이처럼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폭력 등 무력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심리가 퍼진 이유로 ‘세력 과시’와 ‘불안감’을 꼽을 수 있다. 태극기 집회가 14번째로 이어지고 참가자도 늘어나면서 헌재의 심판에 압력행사를 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쪽으로 기우는 여론을 돌리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박모(62)씨는 “평화롭게 집회를 열고 목소리만 내서는 헌재가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때 일수록 좌파를 사단내는 우리의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안모(78)씨는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계속 대통령을 탄핵하는 방향으로 호도하니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마음 같아선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가 혼쭐을 내고 싶다”며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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