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은 이스탄불시가 탁심 광장에서 이슬람사원의 초석을 설치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탁심 광장은 2013년 에르도안 반대시위가 열렸던 곳으로, 대형 쇼핑센터 등과 연결돼 터키 국민에게 세속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공간이다. 종교·역사적으로 오스만왕조 이후 그리스정교회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인정돼 2013년 에르도안 정부가 모스크 건설을 추진할 당시 거센 반발이 일어 개발 계획이 보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는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를 제압한 이후 재추진을 강행해 향후 2년 안에 이 지역에 모스크를 건설키로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1월 생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빼고, 역사교과서에서 세속주의 상징인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관련 부분을 크게 줄인 새로운 교과서를 발표했다. 교사 에지팀 센은 “초안은 수니파 이슬람과 터키 정부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민족주의자와 종교적 근본주의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쿠데타에 희생된 사람들을 순교자로 묘사해 교실에 걸어두고 에르도안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교육을 강요한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이처럼 터키 사회 전반에 이슬람주의를 강요하는 건 헌법 개정 국민투표(4월)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제안한 개헌안은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에르도안은 2024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게 된다.
이희경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