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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리가 들려주는 서민금융] (1) ‘서민금융’ 공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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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10:00:00 수정 : 2023-11-12 2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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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 어려운데 ‘서민금융’은 대체 무엇일까요. 몇몇 독자는 “내가 서민도 아닌데 서민금융까지 굳이 알아야 하나”라며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를 지도 모르겠네요.

 

사전적으로 서민은 ‘일반 사람’ 또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서민금융에서 서민은 후자인데요. 다양한 사례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금융과 일상생활에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민은 과연 특별한 사람들일까요? 최근 나온 나이스평가정보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민금융지원 범주에 해당하는 신용등급 6~10등급이 8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국민의 다섯 사람 중 하나는 서민이며, 그 서민은 '나'일 수도, 가족일 수도, 가까운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서민금융, 그것은 어쩌면 친구의 엄마 이야기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한 동생 중 한 명이 제게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꺼낸 건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학생이었던 그는 집에 돈이 떨어져 학교를 쉰 채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는 얼마 전 지병을 앓던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병원비와 장례비를 치르고 나니 재산의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그는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몇 백만 원이나 하는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죠. 그는 아르바이트를, 엄마는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기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보니 수입이 일정치 않았습니다. 엄마는 남편을 잃은 충격에다 식당 일로 허리와 손목 등이 안 좋아져 일을 쉬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작은 시장 노점 장사를 하면 어떨까' 그와 엄마는 고민했지만 리어카와 재료비용 등을 더하니 적어도 500만 원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누구에겐 한 달 치 월급이겠지만, 누구에겐 어깨에 멘 가방 가격이겠지만 그들에겐 너무나 절실한 500만 원이었습니다.

은행 대출의 문턱을 넘기엔 담보도, 신용도 부족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대출해준다는 말에 찾아간 대부업체에서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미소금융을 권했습니다. 창업지원금 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소금융을 받으면 창업할 때까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미소금융 상담위원과 함께 시장 조사를 해보고 어떤 장사를 하면 좋을지 컨설팅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노점에서 튀김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평범한 우리가 알아야 할 서민금융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죠. 하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며 그들은 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조차 어려운 계층으로 전락했습니다. 그간 아무 탈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당장 500만 원을 빌리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된 것이죠.

흔히 서민금융을 지원 받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 순간 ‘가난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쩌면 ‘서민금융은 남의 일’이라는 우리의 시선과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서민금융은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 보여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도움을 줄지 모르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때론 친구보다, 가족보다 더 큰 우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많은 이들이 ‘금융’하면 은행이나 투자 같은 커다란 개념을 떠올립니다. 좀 어렵고 복잡하죠. 하지만 금융의 다른 한편에는 누군가를 지원하는 따뜻한 금융, 바로 서민을 위한 금융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금융에 대한 생각을 바꿔볼 수 있을 것입니다.

권은영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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