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겨울바다의 끝자락에 서서

짠내 품은 물빛, 볼을 에는 바람결, 차가운 하늘빛의 조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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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자의든 타의든 그 ‘낭만’을 맛보기 위해 떠나는 곳이 겨울 바다가 아닐까. 전혀 덮칠 것 같지 않은 파도에 놀란 척 피해보고, 돌멩이를 집어 괜스레 바다에 던져보고, 우두커니 서서 쪽빛 물결을 바라본다. 같이 간 누군가와 그 ‘낭만’이란 이름의 추억을 쌓기 위해 찾는 곳이 겨울바다다. 서해보다는 동해가 아무래도 그런 낭만에 어울리는 풍경이 있다. 하지만 사실 겨울 바다는 춥다. 날도 추운데, 바람도 다른 계절보다 세다. 거기에 바다 근처면 바람은 더 강하다. 
울진 바다에서는 여유롭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울진의 바다는 그림 같은 다양한 풍광의 연속이다. 싫증나지 않은 바닷길을 품고 있다.
‘낭만’만 찾다간 얼어 죽을 것 같다. ‘낭만’의 지속시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 낭만만 찾기보다는 다양한 바다 풍광을 보며 추억을 쌓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보다 각기 다른 풍광을 가진 바닷길을 돌며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줄 것이다. 힘들면 여행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다 풍광이 비슷비슷할 것 같지만, 경북 울진의 바다는 그림 같은 다양한 풍광의 연속이다. 싫증나지 않은 바닷길을 품은 곳이다.
울진 해변에선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사금파리처럼 흩어지는 모습에 한동안 자리를 뜨기 힘들다.
서울이나 강원도에서 간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울진의 바다는 죽변항이다. 죽변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붙여진 지명이다. 내비게이션에 죽변등대를 설정하고 가면 된다. 등대 뒤편으로 대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죽변 등대 인근에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으로 사용된 예쁜 집과 교회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절벽 위 예쁜 집과 교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이다. 예쁜 집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나 들어가서 바다 풍광을 볼 수 있다. 특히 집 아래 펼쳐진 백사장은 하트 모양처럼 생겨 ‘하트 해변’으로 불린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으로 사용된 예쁜 집 아래 펼쳐진 백사장은 하트 모양처럼 생겨 ‘하트 해변’으로 불린다.

차를 몰고 이번엔 망양정(望洋亭)으로 향한다. 근남면 산포리 망양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정자는 이름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란 의미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명소지만, 지금 위치는 후대에 옮겨진 것이다. 그래도 주위 송림에 둘러싸인 언덕 아래로 백사장이 있고 왕피천(王避川)이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망망대해가 한눈에 조망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종산 기슭에 있던 진짜 망양정의 바다 풍경. 조선시대 숙종 임금은 강원도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한 뒤 그중 망양정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면서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고 쓴 친필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보다는 진짜 관동팔경이었던 원래 망양정이 있던 곳에서 바다 풍경을 조망하는 것이 더 좋다. 망양정에서 15㎞ 정도 남쪽으로 바닷길을 따라 가다 보면 망양정 옛터란 표지판이 나온다. 망양리 현종산 일대로 기성망양해변 인근이다. 애초 망양리 앞 모래밭 가장자리에 있던 망양정은 정자가 오래돼 허물어지자 조선 세종 때 마을의 남쪽 현종산 기슭, 지금의 옛터 자리에 옮겨졌다. 
울진 신포리 망양정의 바다 풍경.
숙종은 강원도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한 뒤 그 중 망양정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면서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고 쓴 친필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기성망양해변을 들려 바다를 거닐어보자.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사금파리처럼 흩어지는 모습에 한동안 자리를 뜨기 힘들다.
울진 현종산 정상 부근에는 살아 있는 소나무 한 그루와 죽은 소나무 한 그루가 나란히 서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 높지 않은 현종산이지만 바다까지 낮은 봉우리들이 파도치듯 이어져 있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옛 망양정이 있던 현종산 정상부근에서 보는 바다 풍경도 일품이다. 차로도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엔 살아있는 소나무 한 그루와 죽은 소나무 한그루가 나란히 서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 높지 않은 현종산이지만 바다까지 낮은 봉우리들이 파도치듯 이어져 있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산포리 망양정에서 망양정 옛터를 가는 길에 있는 촛대바위에서도 잠시 차를 세우자. 길을 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천천히 바다를 감상하며 가는 것이 좋다. 도로에 붙어있는 촛대바위는 바위 자체가 촛대처럼 곧게 서있고, 바위 위에 해송이 촛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촛대 바위를 중심으로 길이 ‘S’자로 꺾여 있는데, 인간의 흔적인 도로와 자연의 미 촛대바위가 잘 어우러져 있다.
관동팔경 중 한 곳인 월송정에서는 바다 풍광뿐 아니라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색다른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망양정에서 15분가량 내려가면 울진에 있는 관동팔경 중 또 다른 한 곳인 월송정이다. 바다 풍광뿐 아니라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색다른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신라의 영랑, 술랑, 남속, 안양이라는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 해서 월송정이라고도 하고, 월국에서 송묘를 가져다 심었다 하여 월송이라고도 한다.
후포항 등기산공원 부근의 집들은 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대부분 파란색이다. 이국적인 느낌보다는 어촌의 한적한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월송정에서 후포항까지 내려오면 작은 등대 하나를 만난다. 등기산공원에 서있는 등대인데, 이곳에선 후포항과 바다 건너 영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후포항 부근의 집들은 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대부분 파란색이다. 이국적인 느낌보다는 어촌의 한적한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울진=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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