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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 외국인 노동자에 "한 마리,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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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3 19:37:26 수정 : 2017-02-09 14: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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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이주 노동자 냉대·기피
“한 마리, 두 마리….”

지난 3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전북 완주의 한 원예농장으로 온 캄보디아인 A(34·여)씨가 농장 사장에게 들은 말이다. 농장 사장은 A씨와 같은 동남아 출신 여성 근로자를 부를 때 ‘한 사람’이 아닌 ‘한 마리’라고 했다.욕설을 듣는 것은 부지기수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월급 95만원을 받지만, 숙박비로 25만원을 사장에게 도로 준다. 그렇게 얻은 잠자리는 부엌 한편이다. 커튼을 쳐 겨우 가린 좁은 공간을 다른 동남아 여성과 함께 2명이 쓴다. 편히 쉴 수도 없다. 오전 1시 또는 2시까지 사장 친구라는 중년 남성들이 부엌과 맞닿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고스톱을 치기 때문이다. 성희롱적 발언이나 신체적 접촉은 일상화됐다. 참다못해 일자리를 옮기겠다고 사장에게 통보하자 돌아온 건 사장의 욕설과 폭력이었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 11월 말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에 육박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4%나 된다. 불법체류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외국인들과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의 외국인 차별, 기피는 여전하다. 이웃에 살고 있을 뿐인데 잠재적 범죄자로 봐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불법 체류자인 것 같다며 신고한 사례도 있다.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피는 지난해 2월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시 남구 야음동과 울주군 청량면 덕하리는 외국인 근로자 밀집거주지역이다.시민들이 가장 불안하다고 느끼는 부문을 조사한 결과 남구와 울주군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16.7%, 10%로 나타났다. 남구 시민들은 살인 및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6.7%)보다 외국인 범죄를 더 불안하게 생각했고, 울주군 주민들도 같은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해주(57·여)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살인 사건 등을 뉴스로 접해서인지 여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동네에서 맞닥뜨리면 괜히 무섭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는 내국인에 비해 건수가 아주 적다. 지난해 울산 남구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중 외국인 범죄 비율은 1.8%였으며, 울주군도 4.1%에 불과했다.

중국인 근로자 한홍일씨는 “불편해하는 시선을 받거나 욕설을 들을 때면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다”며 “고된 일보다 그런 시선과 차별이 더 견디기 어렵다. 문화가 조금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법률이 없다. 인종차별 관련 법이 있다고 해서 외국인 혐오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조돈희 울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알려진 것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기피 정도는 더 심각하다”며 “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것을 생각해 그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존중하는 풍토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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