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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차별·추방 공포… 방치된 '미등록' 이주아동들

입력 : 2017-01-19 15:16:32 수정 : 2017-01-19 15: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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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 외국인 20만 시대…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사각’ / 차별·추방 공포 속 방치… 실태 파악도 안 돼
네 살배기 다트는 2013년 1월 한국에서 태어났다. 다트의 부모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로, 현재는 불법 체류 상태다. 아빠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직장에서 기숙을 하며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어 육아는 엄마 A(30)씨의 몫이다. 하지만 A씨도 일을 해야 하는 사정이라 제대로 돌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런 A씨에게 군포에 자리 잡은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은 큰 도움이 됐다. 지난 12일 이곳은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시 인가를 받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운영을 시작한 지 3년여 만이다. 현재 다트를 포함해 3∼4세 ‘미등록 이주아동’(불법 체류자의 18세 미만 자녀) 7명이 지내고 있다. A씨는 “일하는 동안 다트가 어린이집에 있어 마음이 편하고 다트도 어린이집을 좋아한다”고 서툰 한국어로 웃으며 말했다.

안타까운 건 다트가 예외적인 사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20만명 정도를 유지하면서 보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18일 법무부의 2015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는 △2011년 16만7780명 △2012년 17만7854명 △2013년 18만3106명 △2014년 20만8778명 △2015년 21만416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출생이나 출입국과 관련된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가 힘겹기 그지없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관계자는 “일터에 데리고 가거나 옆집에 얼마간의 돈을 주고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주야 교대로 일하면서 번갈아 돌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집에 두고 문을 닫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12일 경기 군포에 시 인가를 받아 정식으로 문을 연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에서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받아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인 아시아의창이 운영하는 이 어린이집에는 3∼4세 미등록 이주아동 7명이 지내고 있다.
군포=이재문 기자

일반 어린이집을 찾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멀고, 어렵다. 수십 만원씩 하는 비용도 부담이고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언어·문화 차이 등으로 차별이나 학대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정서 불안, 언어 발달 지체 등도 겪는다.

지난해 여름 단속에 적발돼 엄마와 필리핀으로 떠난 켄트(6)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8월 한국에서 태어난 켄트는 생후 30개월 때 할 수 있는 말이 ‘엄마’뿐이었다. 어린이집 수십 군데에서는 입소를 거부당했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엄마와 말이 안 통한다”는 게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 어린이집에 들어갔으나 교사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젖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관계자는 “부모들이 생후 2∼6개월 된 아이를 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영아는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돈도, 시간도 없는 데다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만큼 미등록 이주아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협약에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미등록 이주아동을 보육 지원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영·김지현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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