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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여고생'의 한 16년 만에 풀었다

입력 : 2017-01-11 19:49:18 수정 : 2017-01-11 22: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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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성폭행 당한 후 피살돼/범인 못 잡은 채 장기 미제 분류/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재수사/용의자 행적 조작 사진 등 확보/법의학자 증언도 결정적 역할 2001년 2월4일 새벽 시간대 전남 나주 드들강변에 여고생 박모(17)양의 시신이 떠올랐다. 당시 여고 2학년이던 박양은 성폭행당한 후 물에 잠겨 있는 채 발견됐다. 경찰은 초기에 결정적인 목격자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결국 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세간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사건 발생 11년 만인 2012년 대검찰청의 유전자 감식에서 박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이 다른 사건(강도살인)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모(40·당시 24세)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는 듯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로 수차례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씨는 2014년 ‘살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대에 서지 않았다. 게다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2016년 2월)일이 다가오면서 수사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16년간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1일 피해자 유족이 법원의 선고 후 광주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그러던 중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 시행으로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국내 최고 권위의 법의학자와 범죄심리학자를 수사에 참여시키는 등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박양이 생리 중이어서 생리혈과 정액이 섞이지 않아 성관계 후 곧바로 살해됐다는 법의학자 의견과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15년 만인 지난해 8월, 김씨가 박양을 성폭행하고 범행을 은폐하려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구속기소했다. 사건 발생 15년 6개월여 만에 기소한 것이다. ‘태완이법’ 시행으로 기소가 가능했다.

법정에서 검찰과 김씨의 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성폭행과 살인 사이 시간의 밀접성 등을 이유로 들며 유죄 입증에 주력했다. 성폭행한 범인이 살인까지 실행한 것이 확실시된다는 취지의 법의학자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법의학자는 법정에서 “성폭행(검찰 전제) 뒤 비교적 빠른 시간 내 피해자가 숨진 것으로 보인다. 성관계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폭행과 사망 시점이 밀접하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씨는 공소 사실을 부인하며 검찰과 맞섰다. 김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모두 부인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법의학자들이 내린 감정 결과는 한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 전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영훈)는 11일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2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태완이법 시행 이후 첫 유죄판결이다.

재판부는 “여자 청소년인 피해자를 상대로 강간살해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고인은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은 범행을 은폐하려 피해자의 시신을 물속에 그대로 방치하고, 범행 후 여자 친구를 불러 외조모 집으로 데리고 가 사진을 촬영하는 등 행적 조작까지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를 총괄 지휘한 광주지검 구본선 차장검사는 “뒤늦게나마 망자와 유족의 한을 풀게 됐다”며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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