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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토요일은 광화문 출근”…촛불 밝히는 ‘프로참석러’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최순실 게이트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6-12-17 20:40:00 수정 : 2016-12-18 09: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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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촛불 밝히러 왔습니다.”

17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8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는 김모(21)씨는 지난 10월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8번 열린 집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김씨는 “올해 ‘프로불참러’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저는 촛불집회에 다 나와서 주변에서 ‘프로참석러’라고 부른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첫 촛불집회 때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집회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후에는 점점 커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도 청와대에서 버티고만 있는 대통령 때문에 계속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노의 감정만 있었다면 사실 몇 번 나오고 말았을 텐데, 집회 자체가 정말 재밌기도 하다”며 “역사의 현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어떤 자부심도 생겨 오늘도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8차 촛불집회가 열린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매주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시민들 가운데 집회에 ‘개근’하는 참가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대체로 촛불집회 초반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분노와 좌절감에서, 집회 중반에는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위한 정당성 때문에 광장을 찾았다. 또한 최근에는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촛불을 계속 들고 있다. 촛불집회의 평화적이고 흥겨운 축제 분위기도 광장으로 이들을 이끌고 있다.

촛불집회 ‘프로참석러’들은 나이와 직업, 사는 곳에 관계 없이 다양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지난주 송년회 때문에 못 나온 것을 빼면 1차 집회 때부터 계속 광화문 광장에 나오고 있다”며 “매번 7살 난 딸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함께 안 오려던 딸도 이제는 토요일마다 서울 가는 걸 기대하는 눈치라고 한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가 딸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고 나에게는 딸과 함께 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8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란색 풍선을 들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이성원(25)씨는 광화문에는 7번, 지역에서 열린 집회까지 합하면 13번이나 집회에 참석했다. 이씨는 “(촛불에 대해) 자꾸 종북 좌파라고 하는 보수단체 행진을 따라다니면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실정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잠실에 사는 안모(61)씨는 “오늘까지 8번 집회에 나왔는데, 그 이유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 때문”이라며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뿐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이렇게 매번 나와서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이 ‘답’이라는 이기웅(33)씨도 집회에 6번 참석했다. 이씨는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계속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다시 시작하게 될 정치 상황도 잘 해결되길 바라는 염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박근혜정부는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데 모두 밝혀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고 이제 그만 내려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8번의 집회에 개근한 인천 부평의 양승민(45)씨는 “탄핵안은 가결되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청문회에서도 면피용 발언들 뿐이다. 그래서 나도 집회에 계속 발걸음 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일종의 목표의식이 작동하는 것“이라며 “현재 헌재에서 탄핵안의 통과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까지) 계속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한 집회 참석을 계속하면서 사람들이 습관이 들기 시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집회 참여에 대해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보람을 느껴 습관화한 것”이라고 평했다.

김선영·김지현·배민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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