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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공정사회로 함께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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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6 21:20:27 수정 : 2017-02-03 18: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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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능인 이기심 끝 없어
탐욕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공정한 규칙과 질서 지켜야
우리를 지탱하는 희망될 것
올해 참석했던 몇 안 되는 강연에서 똑같은 동영상을 세 번이나 볼 기회가 있었다. 동영상 내용이 흥미가 있고 시대적 요구와도 맞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동영상은 인간을 포함해 손과 발을 사용하는 모든 척추동물을 연구하는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발 박사와 그의 제자인 세라 브로스넌 박사가 카푸친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성에 대한 실험 영상으로, TED(일반인 대상의 집약적인 강연 형식)나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험은 매우 간단하다. 원숭이 두 마리에게 동일한 과제를 수행케 한 후 서로 보고 있는 상태에서 보상을 해준다. 두 마리 모두에게 오이를 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원숭이가 포도를 보상받은 것을 본 또 다른 원숭이는 오이를 받자 그 오이를 먹지 않고 오히려 실험자에게 내던지는 행동을 보였다. 같은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도 원숭이는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이 실험은 영장류가 공평하고 올바른 성질인 ‘공정성’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시도로서 이후 개, 조류, 침팬지,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많은 영장류의 공정성 평가의 객관적 패러다임으로 반복되거나 변형돼 검증돼 왔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비록 이 일련의 실험 결과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는 철학자와 종교학자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모든 영장류에서 발견되는 공정성을 포함한 도덕적 행동은 배워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내재된 본성이라는 것이다. 드발 박사는 저서 ‘착한 인류’에서 동물과 사람은 공감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친사회적이며 호혜성·공정성 능력을 가진 긍정적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기술한다.

반면, 인간이라는 종(種)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인류의 문명화 과정을 보여준 유발 하라리 박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에 대한 동정이나 이성적인 측면을 부정한다. 인간은 매 순간 자신에게 안락하고 즐거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주는 타인과 환경, 그리고 미래에의 영향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라리 박사는 이 과정에서 인류는 발전하고 강력해지고 편안해지지만 다수의 인간은 그로 인해 고통 받고 괴로워하게 되며 더 행복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방향도 모르고 책임감도 없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필자는 2001년 9·11 테러사건이 보여준 극단적인 이기주의 집단의 대량 인명살상 이후 살면서 이보다 더 이상의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보이는 계층 간 격차의 심화, 인종 차별, 종교적 견해 차이로 인한 불화를 비롯해 최근 우리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만든 것은 이러한 일들이 끝이 아닐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은 하라리 박사가 주장하듯 개인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공정성의 본질과 분배 방법에 대해 알고 태어났다는 드발 박사의 주장은 적어도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해 준다. 그래서 더 믿고 싶고, 더 기대고 싶고, 더 마음이 기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 각자가 공정성을 잘 인식하고 발휘하는 동시에 인간이 가진 이기주의적 공격성과 경쟁심을 잘 통제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하고 후세대를 교육하는 일이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혹에 빠질 때도 있겠지만 주변의 조언과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실수를 유발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고, 기존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모두가 규칙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올해는 유난히도 힘들게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를 지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희망을 보면서 갈 길이 멀지만 힘을 얻게 된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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