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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의 키노아이]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입력 : 2016-12-11 09:00:00 수정 : 2016-12-16 20: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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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지만 요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목도하며 한숨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청문회에 등장한 인물에게 '내부자들' 이병헌을 떠올리게 되는가 하면, 최근 개봉한 재난영화 '판도라' 속 김명민이 연기한 무능한 대통령을 바라보며 탄핵 위기에 당면한 진짜 대통령을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영화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내부자들' 이병헌과 '마스터' 이병헌

올 한해 이병헌은 상 받으러 다니기 바빴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 '내부자들'로 청룡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내부자들'은 그의 재기작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건 그의 소름 끼치는 연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곪아있던 우리사회의 정경유착, 정언유착의 실상을 파헤쳐 "현실은 고구마, 영화는 사이다"라는 호평을 이끌어냈기 때문.

'설마, 이 정도일까' 싶었던 장면도 많았지만 정확히 1년이란 시간이 흐름 지금, 그 묘사는 결코 과한 게 아니었음이 입증됐다. 오죽했으면 이병헌이 "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렸다"고 말했을까.

영화 속 곪아터진 사회의 치부를 수면 위로 꺼내올린 게 '안상구'(이병헌 분)라면, 현실세계에는 고영태씨가 있다. 우리사회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에서 키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씨가 국회 청문회에 나와 폭로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내부자들' 이병헌을 떠올렸을 것이다. 공통점은 둘 다 히스토리가 있고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영웅은 아니라는 것. 고씨는 청문회 위증 논란에도 휘말렸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연상시키게 하는 또 다른 범죄액션물로 곧 돌아올 예정이어서 이 점 또한 눈길을 끈다.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든 '마스터'에서 그는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모티브로 한 '진회장' 역을 맡았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기 전이라 '마스터'가 얼마 만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했을지는 미지수지만,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얼마나 뚫어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지 기대를 거는 관객들은 적지 않아 보인다.

◆ 관객을 피식 웃게 한 '판도라' 속 대통령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전사고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부터 개봉까지 무려 4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궁금증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외압얘기'로 빠진다. 이에 대한 제작사나 배급사의 증언이 명확하게 나온 적은 없다.

다만 이 영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감독이나 배우들의 소신 발언은 여러번 나왔다. 스스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인정한 박정우 감독은 영화에서 대통령을 등장시키는 일보다 껄끄러운 일은 없음을 피력했다.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강석호 대통령'(김명민)은 원전에 대해 무지할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정치경험도 그보다 많은 총리(이경영)에게 하염없이 휘둘린다.

제작기간이 4년이나 걸린 만큼 감독이나 제작진이 지금의 현실을 미리 내다보고 영화를 만들었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영화와 현실이 기막히게도 들어 맞았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스토리의 발단이 되는 지진 장면까지 안타깝게도 얼마 전 발생한 경주 지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할 뿐, 시류에 편승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생각이다.

당초 영화에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는 총리의 대사도 등장할 뻔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금 판단 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

현실과 묘하게 닮은, 심지어 예견한 것 같은 영화들이 씁쓸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한 요즘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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