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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우리는 왜 마음이 떠난 사람을 버리지 못하는가

입력 : 2016-12-08 14:12:19 수정 : 2016-12-08 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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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자들은 결혼 생활이 로맨티즘, 리얼리즘, 휴머니즘 세 단계를 거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과학자들은 대개 그 기간을 18∼36개월 정도로 본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왕성하게 분비되는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의 호르몬이 3년 정도 지나면 분비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혹자는 부부 관계가 ‘로맨티즘→리얼리즘→휴머니즘’의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눈에서 불꽃이 튀어 열렬하게 사랑하고 결혼까지 이르렀지만 그 설렘과 열정은 이내 무딤과 실망, 심지어 미움으로 변질될 때가 많다. 그런데도 함께 지내는 부부가 많다. 정말 그 혹자 말대로 ‘정(情)’ 때문일까.

포르투갈 미뉴대학교 연구진이 약 1000명을 상대로 한 ‘사람이 사랑이 떠난 상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심리분석 결과를 학술지 ‘ 커런트 사이콜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영국 온라인매체 ‘ 인디100’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사람들은 왜 사랑이 떠나고 실망과 미움만 남은 '나쁜 **'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사진은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한 장면.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현재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 뒤엔 계속 살 것인가, 이혼할 것인가’를 물었다. 첫 번째 그룹에겐 ‘결혼생활이 불행하고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다’는 상황이 주어졌고, 두 번째 그룹은 ‘결혼한 지 1년 밖에 안된 불행한 커플’로 설정됐다. 세 번째 그룹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샀다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그룹은 연구진으로부터 ‘쇼윈도 부부처럼 이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생활은 사랑과 행복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보다는 내가 들인 돈과 노력이라는 현실적인 가치에 더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설문 결과 함께 집을 샀거나 부부 관계에 집착하는 상황이 주어진 피실험군의 35%는 10년 뒤에도 계속 함께 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거나 결혼한 지 1년 밖에 안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25%만이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들 답변이 전형적인 ‘매몰비용 효과(sunk cost effect)’의 예와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사람은 뭔가에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들이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녀 관계, 특히 부부의 경우 자신이 그간 들인 감정과 시간 등에 대한 ‘본전’ 생각과 함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 합리화 욕구’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사랑과 행복보다는 그간 들인 돈과 노력이 더 중요한 결정근거’라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부정하기 힘든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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