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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TEST][격투기 읽어 주는 남자] 카바나 코치 "맥그리거 vs 알바레즈, 애초에 미스매치였다"

입력 : 2016-11-17 17:42:23 수정 : 2016-11-17 17: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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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TEST][격투기 읽어 주는 남자] 카바나 코치 "맥그리거 vs 알바레즈, 애초에 미스매치였다"

 

- 이교덕 기자의 아주 주관적인 칼럼

"핑계는 대지 않겠다" 패자는 말한다. 물론 진 이유는 하나둘씩 갖고 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 시간) 역사적인 이벤트 UFC 205에서 코너 맥그리거의 희생양이 되고 라이트급 챔피언벨트를 내놓은 에디 알바레즈도 이유가 있었다.

알바레즈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실망한 표정으로 "너무 멍청하게 싸웠다"고 자책에 자책을 거듭했다.

"맥그리거와 정면으로 서서 복싱을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레슬링 싸움을 더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늘 밤 준비한 걸 실행하지 못했다."

그는 16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을 남겼다. 역시 작전대로 싸우지 못해 대가를 치렀다는 내용이었다.

"맥그리거와 그의 코치, 동료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은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내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내가 모든 걸 망쳤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정확히 10주 동안 준비한 작전의 반대로 싸웠다. 작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리를 두고 레슬링 싸움을 걸자'였다. 그런데 난 맥그리거의 왼쪽으로 돌면서 복싱만 했다. 내가 싸운 방식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 톱클래스에선 작은 실수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내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알바레즈는 이전까지 28승 4패 전적을 쌓은 강자다. 벨라토르에서 UFC로 넘어와 도널드 세로니에게 판정패했지만, 전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차례로 잡고 라이트급 왕좌에 올랐다. 그는 정상급 파이터들과 싸워 온 진흙탕 싸움의 달인이었다.

'언더 그라운드 킹' 알바레즈가 "맥그리거를 지치게 해 2라운드 중반 또는 3라운드에 끝내겠다"는 공언을 믿은 이유였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거리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 일명 '슥빡' 카운터펀치에 세 번이나 쓰러졌다. 맥그리거의 엄지발가락 끝에 찰흙도 묻히지 못했다.

맥그리거의 레슬링 방어가 너무 견고했다. 알바레즈의 말대로 계속 레슬링 공세를 펼쳤다 해도 결과가 달라졌을지 의문이 남는다. 8분 4초 동안 경기 내용을 보면 알바레즈의 '만약에' 가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맥그리거는 마치 '이쯤에서 태클이 들어오겠구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타격에서 두세 수를 앞서 읽으니 태클 타이밍까지 예측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나도 이유를, 아니 핑계를 대지 않겠다. 맥그리거를 너무 얕봤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 승자의 역사는 정당화된다.

맥그리거와 2008년부터 함께한 코치 존 카바나는 맥그리거를 대변할 때가 많다. 17일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파이팅과 인터뷰도 십중팔구는 맥그리거의 생각과 같을 것이다.

카바나 코치는 맥그리거와 알바레즈의 경기는 시작부터 '미스매치'였다고 했다.

"알바레즈는 대단한 남자다. 견고한 파이터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난 이 경기가 아주 차이가 큰 미스매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바레즈를 사람으로서 평가하는 게 아니다. 오직 기술적인 측면에서다. 사실 맥그리거와 마커스 브리매지의 경기보다 더 한쪽으로 치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가 그러하니, 반박할 수 없는 냉정한 한마디 한마디였다. 알바레즈를 두 번 죽이는 비수였다.

카바나 코치는 "맥그리거의 움직임엔 어떠한 비효율적인 낭비가 없었다. 모든 스텝에 이유가 있었고, 모든 속임수에 이유가 있었고, 모든 눈 움직임에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유효 타격 횟수가 32-9였다. 알바레즈는 테이크다운을 3번 시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과가 말한다. 카바나 코치를 반박할 수 없다.

지나고 보니 맥그리거가 경기 전 했던 말도 반박할 수 없다.

그는 "뭐라고 떠들든 현실은 알바레즈가 키도 작고 리치(양팔 길이)도 더 짧다. 내 주먹이 알바레즈의 머리보다 더 클 정도다. 가벼운 체급 벨트라고 놀려도 상관없다. 내 은행 계좌는 가볍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알바레즈는 키 171cm, 양팔 길이 175cm다. 맥그리거는 키 175cm, 양팔 길이 188cm다. 그는 거리 싸움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상 범위 안에서 그대로 싸웠다.

"날 상대로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으려면 나보다 체격이 크고 키도 키고 체중도 더 나가야 한다. 같은 키, 같은 체중, 같은 리치로 맞붙으면 상대는 끝이다. 도저히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그래 맞다. 맥그리거 말이 다 맞았다.

이 말은 곱씹을 수록 의미가 커진다. 맥그리거는 라이트급에서도 신체 조건이 뒤떨어지지 않는 페더급 파이터였다. 원거리 스트레이트로 여러 파이터들을 잠재웠다.

여기서 한 명의 은인을 만났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 마주한 파이터 네이트 디아즈가 바로 그 사람이다. 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까지 정복할 수 있다고 큰소리칠 때 디아즈에게 호되게 당하지 않았다면 UFC 사상 최초의 두 체급 동시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디아즈는 키 183cm 양팔 길이 193cm다. 지난 3월 UFC 196에서 맥그리거는 자신보다 크고 긴 상대가 맷집까지 좋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다.

"날 상대로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으려면 나보다 체격이 크고 키도 키고 체중도 더 나가야 한다."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맥그리거는 지난 8월 UFC 202에서 전혀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디아즈 1차전은 자신보다 작은 선수와 하던 대로 싸웠다. 5개월 뒤엔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하기 위한 게임 플랜을 새로 짜 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킥을 차 주면서 디아즈와 난타전으로 가지 않았다. 괜히 사이클 전문가를 불러 지구력을 키운 게 아니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5라운드 25분 동안 싸우고 판정승했다.

그러면서 작은 선수들을 상대하는 '미스틱 맥'만의 게임 플랜이 더 확고해졌다. 5라운드까지 갈 수 있다는 체력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알바레즈와 경기에서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던 이유다.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디아즈를 맥그리거가 만난 '상산의 나무꾼 늙은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카바나 코치가 "디아즈가 라이트급에서 토니 퍼거슨이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이길 수 있다"고 높게 평가한 건 보답의 의미(?)가 아닐까.

맥그리거는 나무꾼 늙은이 덕분에 웰터급은 넘볼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지난 12일 계체 때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와 우연히 마주쳐 눈싸움하다가 눈을 살짝 깐 장면을 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난 맥그리거가 페더급과 라이트급 수성 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키는 자리에서 위협을 가하는 적수들은 자신보다 크고 긴 콘텐터들이다.

라이트급 토니 퍼거슨은 키 180cm 양팔 길이 194cm다. 맥그리거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타격가라면, 퍼거슨은 예측이 힘든 별난 싸움꾼이다. UFC에서 9연승 하고 있다.

어렸을 때 곰과 레슬링 훈련을 하며 조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키 178cm 양팔 길이 178cm다. 거리에서 맥그리거보다 짧지만 체격이 크고 힘이 장사다. UFC에서 8연승, 통산 전적 24승 무패다. '붙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맥그리거의 플랜을 망가뜨릴 수 있다.

페더급으로 내려가면 카바나 코치도 인정하는 맥스 할로웨이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할로웨이는 키 180cm 양팔 길이 177cm다. 2013년 8월 맥그리거에게 판정패하고 9경기에서 계속 이겼다.

앤서니 페티스도 맥그리거와 타격으로 해볼 만한 강자다. 키 178cm 양팔 길이 183cm. 페티스는 "나도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오가며 싸울 수 있다"며 맥그리거의 두 챔피언벨트를 모두 노리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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