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다도 문화의 이론과 실재를 정립한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의 열반 1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한국서예사특별전의 일환으로 ‘초의선사-바라밀 다(波羅蜜 茶)’ 특별전을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서초동 서울서예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초의선사의 작품 ‘문수보살도’(범어사 성보박물관 소장)가 전시된 모습. |
또, 전시에선 초의선사와 관련된 희귀 유물 70여점이 공개된다. 특히 눈여겨 볼 작품은 ‘다산사경첩(보물1683-1호)’을 비롯해 ‘문수보살도(범어사성보박물관 소장)’, ‘죽로지실(竹爐之室·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전다삼매(煎茶三昧·남농미술관 소장)’, 초의 선사의 유품인 차 주전자 ‘흑유(黑釉·개인소장)’ 등이다.
선묵(禪墨), 불화(佛畵), 선시(禪詩) 등 다방면에 정통했던 초의는 다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를 선(禪)의 경지까지 끌어 올려 우리나라 차 문화의 정통성을 확립한 인물로, 차를 예찬한 시 ‘동다송’뿐만 아니라 ‘선문사변만어’, ‘관세음보살여의주수’ 등 여러 작품에서 그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다.
서울서예박물관 이동국 서예부장은 “추사 김정희가 초의 선사에게 써서 보낸 ‘죽로지실’ 작품은 삼성박물관 리움서 27년만에 처음 대여할 정도로 아끼는 작품으로 실물로 볼 기회가 흔치 않다”며 “추사 김정희 선생이 획을 통한 음양 원리를 가장 잘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전시에서는 무엇보다 ‘바라밀 다’, 즉 선과 다, 시서화(詩書畵)가 하나라는 입장에서 초의사상과 문예세계를 유기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며 “바라밀 다의 ‘다’는 원래 ‘많을 다(多)’지만 ‘차 다(茶)’ 자로 살짝 비틀어봤다”고 덧붙였다.
초의선사는 생전 다산 정약용(1762~1836), 추사 김정희(1786~1856) 등과 깊이 교유했는데, 특히 당시 강진에 유배를 온 다산을 스승 삼아 시와 유학을 배웠다.
다산과 초의선사의 합작 시서화첩인 ‘백운동도·다산도’, 초의선사가 만든 차를 맛본 자하 신위(1769~1845)가 이 차를 극찬한 글인 ‘남다병서’ 등 초의선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전시 작품 중 다산이 남긴 시는 초의가 다산에게 차를 알려줬다는 통념과 달리 다산이 초의에게 차를 알려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산이 1805년 쓴 이 시는 다산이 아암 혜장선사에게 차를 구걸하는 내용으로, 다산이 이미 차에 정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의 선사의 유품인 차 주전자 ‘흑유(黑釉)’가 전시된 모습. |
한편, 전시 기간 중 매주 주말에는 다도 체험인 ‘초의 행다’가 예정돼 있다. 여연 스님, 묘덕 스님, 법인 스님 등이 참여한다. 문의 (02)580-1300, 관람료 일반 5천원, 어린이·청소년 1천원.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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