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매주 경제장관회의”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6-10-20 23:24:04 수정 : 2016-10-20 23:24: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진표(眞表) 율사. 통일신라 때의 승려다. 12살에 출가했다. 2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고승이면 모두 봤다는 보살 현신 한 번 보지 못했다. 그래서 토굴에 들어갔다. 쌀 스무 말을 쪄 변산의 불사의방(不思議房)으로 가 3년 참선을 했다. 하루 다섯 홉을 먹고, 쥐에게 한 홉을 덜어주며. 보살을 봤을까. 못 봤다.

말짱 도루묵 면벽 수행. 낙심한 그는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청의동자(靑衣童子)가 받아올렸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 진표는 삼칠일(21일) 동안 마지막 수행에 들어갔다. 돌로 몸을 쳤다. 사흘 만에 손과 팔이 부러지고, 몸은 만신창이로 변했다. 마지막 날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앞에 나타난 지장보살과 미륵보살, 계본(戒本)과 목간(木簡)을 전했다. 몸을 괴롭혀 수행하는 박참법(撲懺法)은 이때 나온다.

삼국유사에 나온다. 무슨 뜻을 담은 이야기일까. 절실하면 구하고 절실하면 이룬다는 가르침이다.

참담한 경제. 성장, 수출, 고용, 가계소득…. 어디를 봐도 밝은 구석이 없다. 좋은 것은 있다. 늘어난 세수. 기획재정부 책임자는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있을까.

2016년의 유일호 경제부총리, 1997년의 강경식 경제부총리. 너무 다르다. 유 부총리 왈, “매주 경제장관회의를 열겠다.” 경제위기론이 들끓으니 한 말이다. 각오를 다지는 말일 터다. 하지만 한숨을 짓게 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경제장관회의를 열었던가. 새삼 아이디어를 구하겠다는 것도 아닐 텐데. 경제를 책임진 부총리라면 머릿속에 회생전략이 꽉 차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경식 부총리. 1997년 취임과 함께 금융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쟁과 한은·노조의 반발에 결국 실패했다. 나라 경제는 부도났다. 이런 말을 남겼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금융개혁이라도 해야 했다.”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궁금해진다. 유 부총리는 경제를 어찌 보고 있을까. 매주 연다는 경제장관회의는 무엇으로 채울까.

마음이 절박하면 행동에 드러난다. 진표 율사가 그랬듯이.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절박한 것을 절박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가족 생계를 걱정할 국민이 안쓰럽지도 않은가.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