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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50년 전 추석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했을까

입력 : 2016-09-17 14:00:00 수정 : 2016-09-16 15: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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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르신이 던진 질문 혹은 훈수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입시나 취업, 출산 등에 대한 질문은 절대 던지지 말아야한다는 주의사항과 대처요령 등이 공유될 정도.

별 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무 개념 어른 취급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 “요새 어떤 영화 봤니?” 정도의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물론 이 영화가 좋네, 싫네, 저 배우가 좋네, 싫네, 식으로 편 갈라 위아래로 줄 세우는 주장은 피하면서 말이다.

예전부터 설과 추석은 영화계의 대목이었다. 요즘은 여름 시즌이 워낙 강력해지고 있어, 명절 대목이 예전만 하지 않지만, ‘설 개봉’, ‘추석 개봉’이라는 홍보 수식어는 여전히 등장한다. 오늘은 추억의 추석 개봉 영화들을 찾아서 오랜만에 타임머신을 좀 타볼까 한다. 

이번 추석에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2016)와 ‘밀정’(감독 김지운, 2016)이 추석을 앞두고 개봉되었다. 각각 시대극과 사극으로 일제강점기와 조선 후기를 담아낸 영화들이다. 실제 사건, 인물을 담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 추석에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 2015),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2015) 등이 개봉되었고, 지지난 추석에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2014), ‘루시’(감독 뤽 베송, 2014),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2014) 등이 개봉되었다. 그리고 10년 전에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2006), ‘타짜’(감독 최동훈, 2006) 등이 개봉되었다.

나름 스케일이 있는 영화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개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타짜’ 시리즈는 추석 전용 성인 영화였다는 점도 새삼스럽다. 아무래도 명절 연휴 기간, 상대적으로 외출이 자유로운 관객층을 노린 결과인지, 액션, 코미디 영화들이 좀 많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50년 전에는 어떠했을까? 1966년 추석 즈음 신문 기사를 보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합쳐 11편의 영화가 추석을 맞아 개봉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개봉 한국영화가 모두 컬러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무성에서 유성,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었는데, 딱 이 시기가 우리나라에서 한창 컬러영화 제작이 자리 잡던 시기였다.

1966년 추석 개봉 한국영화는 ‘국제금괴사건’(감독 장일호), ‘대폭군’(감독 임원식), ‘소문난 여자’(감독 이형표), ‘잘 있거라 일본땅’(감독 김수용), ‘탈출명령’(감독 강범구) 등으로 요즘과 비슷하게 액션 영화가 주를 이루었다. 언뜻 제목만 봐도 꽤 큰 스케일이 짐작되는 영화들이기도 하다. 

‘국제금괴사건’은 한일회담을 반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중공에서 일본 조총련계로 금괴가 반입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홍콩에서 이를 막는 정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탈출명령’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가던 때, 자바 섬에 있는 일본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일본군 상대 첩보 활동을 벌인 한중 레지스탕스의 모습을 다루었다.

‘잘 있거라 일본땅’은 일본 로케이션 촬영을 한 멜로영화로 일본인 행세를 하며 살고 있는 재일교포와 동경특파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고, ‘대폭군’은 한국의 신필름과 홍콩의 쇼브라더스 합작영화로 홍콩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된 합작영화였다. 

나름 스케일이 큰 한국영화가 이렇게 여러 편 동시에 개봉될 수 있던 이유는 추석 명절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당시 서울 기준 개봉영화관 즉 개봉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이 10개 정도였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같은 영화를 두 곳 이상 개봉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일도 거의 없던 시절이니, 개봉 영화 10여 편 모두 비슷한 규모의 스크린과 좌석을 확보했던 셈이었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얼마나 오랫동안 상영이 되는지가 흥행 규모를 결정했다.

아쉽게도 50년 전 추석 개봉 한국영화 중 현재에도 볼 수 있는 영화는 ‘대폭군’과 ‘소문난 여자’ 뿐이다. 필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10년대, 1920년대 영화들만 유실된 것이 아니라 1960년대, 1970년대 영화들 중에도 유실된 영화가 의외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필름이 남아있는 영화들은 생각보다 쉽게 감상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KMDb) VOD 서비스를 통해 무료 혹은 저렴하게 1930년대부터 2000년대 영화까지 꽤 여러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되어 있는 영화들도 있다.

추석 연휴도 어느새 끝나간다. 새로 개봉한 영화들이나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들 보는 것이 왠지 지겹다면, 10년 전, 50년 전 80년 전 우리 영화 보기를 시도해면 어떨까? 이런 타임머신 영화 감상은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친척들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아는가? 추억의 영화를 보며, 별로 할 말이 없던 친척 어르신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말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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