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상암벌 ‘짜여우’ 함성 잠재워라

원정 응원단 최대 3만명 예상… 1일 최종예선 1차전 변수로

2013년 10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은 약 8000명의 중국 축구팬이 몰려와 어느 팀의 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 원정 응원단의 열기를 앞세워 1차전을 2-2로 비긴 광저우는 2차전에서 득점없이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원정 다득점으로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두 팀은 같은 장소에서 또 만났다. 0-0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유학생과 유커로 구성된 중국 응원단은 시종 ‘짜여우(파이팅)’를 외치며 상암벌을 지배했다.

상암벌이 더 큰 ‘짜여우’ 함성으로 뒤덮인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태극전사들은 홈에서 열리는 첫 경기지만 원정이나 다름없는 중국 축구팬의 일방적인 함성을 극복해야 한다. 중국 축구팬이 한·중 전에 최대 3만명 가까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긴장감 감도는 한·중 훈련장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앞두고 31일 한국 축구대표팀(위쪽 사진)과 중국 대표팀이 각각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중국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1만5000장의 티켓을 구입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이번 한·중 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에 최대 5만장의 입장권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국내 판매분을 고려해 경기장 남쪽 1, 2층의 1만5000석만 중국축구협회에 판매했다. 여기에 국내 여행사들이 중국 여행사들과 계약한 패키지 상품, 국내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 등의 개별 구매까지 더하면 최대 3만명에 가까운 중국 축구팬들이 몰릴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축구 굴기’ 정책에 힘입어 슈퍼리그 구단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아직 우위지만 급성장하는 중국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홈에서 열리지만 수만명의 응원단을 파견한 중국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는 태극전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우리도 중국도 엄청난 관심이 집중된 경기다. 응원단이 뿜어내는 ‘짜여우’를 이겨내야 한다”면서 “모두가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도 상당하다. 선수들은 중압감에서 벗어나 갖고 있는 실력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날씨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비가 예보됐는데 우천 시에는 밀집 수비로 공격을 차단한 뒤 긴 패스로 역습을 전개하는 중국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날까지 한·중 전 입장권은 약 4만8000장 나갔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현장 판매분까지 더해 약 5만5000관중이 입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민국!’이 ‘짜여우’에 묻히면 대표팀의 홈 이점 중 하나가 사라진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당일 한국 관중으로 가득 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기대한다. 홈팬들이 많이 와준다면 선수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많은 축구팬들의 현장 관전을 부탁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한증(중국이 한국을 잘 이기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리아의 내전 때문에 마카오에서 6일 열리기로 했던 한국과 시리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은 마카오축구협회의 갑작스러운 거부로 무산됐다. 시리아축구협회가 새 경기 장소를 찾지 못하면 시리아의 몰수패가 선언된다.

최형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