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페르시아의 흠

입력 : 2016-08-30 07:50:29 수정 : 2016-08-30 07:50: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페르시아 카펫 장인들은 멋진 카펫을 완성하면 가게 앞길에 그것을 깔아놓고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게 합니다. 밟을수록 선명한 색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진짜 고수들은 완성된 페르시아 카펫에 일부러 작은 흠집을 냅니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답니다.

아마존의 어느 인디언 부족은 모두 구슬목걸이를 차고 다닙니다. 그런데 40여개의 구슬 중에서 유독 하나가 깨어져 있어요. 상처 없는 구슬 가운데 상처 입은 구슬 하나를 끼워 넣어 목걸이를 완성한 것이죠. 인디언들은 그 깨진 구슬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페르시아 카펫과 영혼의 구슬에서 인간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무결점의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원하죠. 그것은 인간의 자만입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려다 죽은 이카로스의 자만이고, 높은 탑으로 하늘의 권위에 도전하려 했던 바빌론 사람들의 교만입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 속에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마존 부족의 가르침입니다.

카펫 장인들이 흠을 내는 이유는 악마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어쩌면 그 악마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을지 모릅니다. 바로 '교만'이라는 악마 말이죠.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