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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소연 "20년 흘렀지만 아직 연기가 어렵다"

입력 : 2016-08-28 13:05:00 수정 : 2016-08-29 09: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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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연이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했다.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선택한 엄마 역은 김소연의 연기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김소연은 극중 의료사고로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이자 남편과 시어머니의 냉대를 겪는 봉해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소연은 첫 엄마 역에 대해 "처음에 고민했던 것이 쑥스럽다"고 말했다. 

"'엄마 역을 해낼 수 있을까'보다 '앞으로 청춘물을 못하면 어쩌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어요. 제 입으로 그런 사치스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지금은 쑥스러워요. 아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설정이라 엄마라는 이름으로 연기할 폭이 더 넓더라고요. 1, 2회가 나가고 처음 했던 걱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잡고 있었나 싶더라고요. 저는 편하게 했는데 시청자가 엄마 역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더 걱정했어요. 다행히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안도했죠."  

김소연은 이후 다시 엄마 역이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택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캐릭터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제작발표회 때 드라마를 무사히 끝내고 나면 제2의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말씀드린 적 있어요. 캐릭터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요. 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어요. 오히려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중 해령은 관계가 악화된 남편 유현기(이필모 분)가 시한부 선고를 받자 사랑하는 지건(이상우 분) 대신 현기 곁으로 간다. 결국 현기가 죽음을 맞고, 해령과 지건의 사랑이 이어지는 결말로 끝났지만 해령이 현기에게 돌아간다는 전개에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김소연은 "흐름이 이해됐다"고 털어놨다. 

"해령은 남편과 사랑해 결혼했고, 아픔을 겪은 뒤 다시 잘해보려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의 불륜에 동아줄을 놔버리는 순간,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에 물들어갈 때쯤 현기의 시한부 사실을 접하는데 고작 6개월에서 한 달 산다니 저도 움직이더라고요. 답답한 여자라는 생각이 안 들고 현기에게 갈 수밖에 없는 심정이 이해되더라고요. 남편이기 이전에 아이 아빠였던 사람이 그렇게 됐다는데 안 갈 수 없겠더라고요. 해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화만사성'은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와 매정한 시모, 극 후반부 시한부 설정까지 더해 '막장'이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김소연은 배우로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막장 논란에 양해를 구했다.
 
"당연히 막장이 미화되면 안되지만 그렇게까지 가기 위해 앞에 있어야 할 설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불륜이 아니었다면 해령은 남편에 대한 손을 놓지 못했을 거예요. 해령은 호텔에서 남편한테 수치를 겪고도 아침상을 차려주는 여자예요. 불륜이 없었다면 해령은 그 집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불륜 설정은 그런 맥락으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1994년 SBS 청소년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소연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한 작품 행보를 펼쳐왔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2000), '아이리스'(2009), '검사 프린세스'(2010), 영화 '가비'(2012)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사랑스럽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그려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MBC '우리결혼했어요(우결)'를 비롯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숨은 '빈틈'을 드러내며 친근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예능 덕분에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껴요. 연기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듯해요. 예능에 출연하고 나서부터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특히 그는 "'우결'에서 꽃길을 걸었다"는 말로 예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경험한 소감을 전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가상 남편이었던 곽시양과 커플 댄스 중 기습 입맞춤당한 경험도 웃음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됐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자신을 가뒀는데 이렇게 예쁨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꽃길을 걸었죠.(웃음) 마침 일주일에 한 번 '우결'만 출연하는 상황이라 더 좋았어요. 시상식에서 뽀뽀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거기다 언제 생방송에서 그런 노래와 춤을 춰 보겠어요. 별 경험을 다 해봤어요. 감사했어요."

김소연은 20년이 넘는 배우 인생을 걸어왔지만 연기는 여전히 어렵노라 털어놨다. 하지만 "연기가 너무 좋다"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연기가 너무 어려워요. 아직 연기가 어렵고 배우고 싶어요. 선생님들이 연기가 아직 어렵다고 하시면 위안이 되더라고요. 어릴 때 연기하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그때는 잘 모르니까 촬영장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연기했는데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낀 순간 연기가 어렵게 느껴졌어요. 어느 추운 날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고생하는데 제가 잘못하면 그 노고가 다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으로 와 닿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연기가 어렵고 두렵더라고요. 그게 맞는 거고요. 하지만 연기가 너무 좋아요. 작품 선택할 때 주저할 때는 사치스런 말일 수도 있지만요.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연기가 좋아요. 작품을 끝낸 후 기쁨을 생각하면 힘든 과정도 즐기고 기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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