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수백명을 처형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제는 ‘부패 경제인 처벌’에 나섰다.
‘중국 패권저지’ 손잡은 필리핀·일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11일 필리핀 다바오시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있다. 양국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을 가진 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행보와 관련, 법치준수를 촉구했다. 다바오=AFP연합뉴스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 |
그러나 재벌개혁이 모욕 주기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로베르토 옹핀(79)은 1970년대 마르코스 독재정권 시절 무역장관을 지낸 인물로, 9억달러(9800억원)의 자산을 지닌 필리핀 20위 부호다.
그는 지난 4일 온라인 게임업체인 필웹의 회장직과 자회사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웹은 2003년 온라인으로 24시간 카지노 게임을 할 수 있는 독점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에만 8억7000만페소(206억원)의 순익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직후 주가가 반토막 났다. 옹핀은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라며 보유 주식 대부분을 처분한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WSJ는 “필리핀 경제계에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정경유착 척결’을 외치면서 두테르테 자신은 일부 기업인과 유착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WSJ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부 거물 기업인들과 정치적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가 선망하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대에 정경유착이 더 악화된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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