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남성 중심 역사에 가려졌던 여성이 쌓아온 우정의 기록

입력 : 2016-07-29 19:42:30 수정 : 2016-07-29 19:42: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메릴린 엘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1만9500원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 메릴린 엘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1만9500원


부부의 경우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편은 우울감에 빠지거나 병에 걸리는 경향이 짙다. 반면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는 비교적 잘 버텨낸다. 이때 아내가 의지하는 것은 대개 친구들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사교적이고 개방적이며, 공감과 보살핌에 뛰어나다는 일반적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여성이 우정이라는 가치에 더 적합한 특성을 마련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생물학적인 특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우정이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지금도 여전히 우정은 종종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서구의 역사에서는 서기전 600년부터 서기 1600년까지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정에 관한 기록은 남성들만의 이야기였다. 기록의 저자와 독자가 남성이었고, 우정은 개인적 행복일 뿐만 아니라 시민적, 군사적 유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남성들의 일로 찬양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맺은 다양한 우정의 형태를 분석한 이 책에 따르면 여성의 우정이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15세기다. 토착어 글쓰기가 활발해지면서 여성들은 훨씬 쉽게 펜을 들게 되었고 빈번하게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각종 저작의 필자가 되었다. 17세기에는 여성들은 남성들을 포함한 각종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살롱은 여성의 주도로 당대의 가장 고상한 친구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저자들은 “1800년은 유럽과 미합중국 모두에서 우정의 공적인 얼굴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전환점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영미권에서 우정은 여성적인 개념으로 변했다. 소녀들, 여인들은 이성애적 갈망의 언어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랑의 언어로써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 공적 영역에서도 ‘자매애’는 빛을 발했다. 19세기 여성참정권운동을 대표하는 수전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의 깊은 우정은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간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책은 후반부에서 현재 여성들이 맺는 우정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지하는 친구 관계, 새로운 친구찾기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서서히 늘고 있는 공동주거에 관한 이야기들에서 앞으로 모색해 볼 만한 여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정한 시대와 문화의 틀에서 여성이 친구로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중세 독일의 수녀들부터 16세기 잉글랜드 마을의 여성들, 17세기 프랑스의 귀족, 20세기 페미니스트들 등이 만들어간 우정이 소개된다.

강구열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