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천은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여성으로부터 한꺼번에 성폭행 고소를 당해 전대미문의 ‘성 스캔들’에 휘말렸다.
경찰은 고소인이 많아 전담팀까지 두고 3주째 성폭행 관련 수사를 펴고 있다. 고소와 맞고소가 이어지고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비롯한 관련자들 파악,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 등을 하느라 경찰은 쉬는 날도 없이 사건해결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한 방송뉴스에서 네 차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유천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고소한 여성들이 놀라거나 당혹스럽긴 했지만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강제성 입증이 어려워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박유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한 적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건지 헷갈린다. 여러 괴소문도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전담팀에서 조사가 장기화되면 중간브리핑이라도 통해 진척 정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찰간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폭력 사건은 브리핑이 없습니다. 수사상황을 알려야 할 살인 등 강력사건이 아니고 또 현행범 사건도 아닌 고소사건이어서 과거 일에 대한 관련자도 많고 참고인이 많아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경찰간부의 말이다.
재차 “박유천의 경우 일반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인기 연예인이라 세간의 화제이고 조사가 장기화되면 엉뚱한 데서 새로운 사실이 터져나오고 궁금증은 더해만 가는데 중간브리핑을 해주는 게 어떨지”라고 했더니 경찰간부는 “성폭력 사건 자체가 브리핑을 못하게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경찰간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의 함구는 당연하며 자꾸 새로운 얘기가 나오는 것은 언론이 고소인 측이나, 기획사 등을 통해 취재하기 때문”이라며 “경찰은 작은 거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일일이 확인작업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과거 일에 대한 관련자가 많고 또 고소인이 유흥업소 종사자이다 보니까 참고인도 많은데다 가명까지 인적사항을 조사하는데 애로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성 성폭력 사건은 고소장이 접수되더라도 대부분 가해자 모르게 진술과 증거확보 등 조사가 먼저 이뤄진 다음 피고소인을 나중에 소환하는 경우가 의례적이다.
또 먼저 신고를 한 고소인의 진술에 신빙성을 두고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피고소인의 강력한 해명이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뒤집기는 다소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번 박유천 성폭행 피소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 성격과 다를 뿐더러 고소인과 고소장의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경찰이 진술 또는 증거 확보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간부는 “지난달 경찰청장께서도 연예인은 준 공인 신분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수사해 국민께 알려드리겠다. 단순한 성폭행 사건이 아니고 사회적 책무가 있는 유명인이자 준 공인의 사건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이번 박유천 성폭행 피소사건은 검찰송치 전까지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밝혀내 국민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찰간부는 또 "박유천 소환조사가 앞으로 두어차례 더 있을 것"이라며 "경찰수사는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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