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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작 논란' 전쟁영웅 내세워 역사교과서 홍보 파문

입력 : 2016-06-27 18:57:13 수정 : 2016-06-28 13: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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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특별 홈페이지’ 콘텐츠 비판 일어
교육부가 지난 23일 국정 역사교과서 홍보 전용 홈페이지인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에 국정교과서를 홍보하기 위해 올린 카드뉴스의 일부. 국방부에 의해 조작된 영웅담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심일 소령의 춘천전투를 소개하며 ‘역사교과서를 통해 확고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확립시키겠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 캡처
교육부가 전쟁 공로 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인물을 내세워 역사 국정교과서를 홍보해 파문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자체 제작한 카드뉴스를 올려 심일 소령(사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의 영웅담을 소개했다.

심 소령은 6·25 당시 춘천전투에서 육탄으로 북한군 탱크로 돌진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군 출신 외교관인 이대용 전 주베트남 공사가 심 소령의 영웅담은 군에서 전공을 조작해 홍보해 온 것이라고 한 언론을 통해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공사는 춘천전투 당시 중대장으로 교전 나흘간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 자료를 보관해 왔다. 이 자료에 의하면 심 당시 소대장은 육탄돌격이 아니라 도망을 가 이후 보직해임됐으며, 자식을 잃은 노모를 위해 군 내에서 선의로 조작한 영웅담이 국방부에 의해 ‘거짓 신화’로 키워졌다는 것이다.

이 전 공사는 ‘거짓 신화’를 바로잡기 위해 국방부와 6·25 전사편찬위원회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공사는 1975년 베트남 통일 후 북베트남 정부에 억류됐다가 1980년 석방된 유명한 보수인사다.

교육부는 카드뉴스에서 ‘심 소대장은 5인조 특공대를 조직해 화염병과 수류탄을 들고 북한군 자주포를 향해 육탄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북한군 자주포 2대를 격파하는 공을 세우고 춘천대첩의 영웅이 됐으나 1951년 28살 나이에 영월에서 적탄에 산화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6·25 당시 경찰과 학도병이었던 두 동생, 어머니인 고 조보배 여사의 희생정신도 언급했다. 이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통해 미래세대 학생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확립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는 지난해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공식화하며 만든 사이트로, 국정교과서 진행소식을 공개하는 대국민 창구다. 비공개리에 집필 중인 국정교과서 관련해 정부의 교과서 제작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교육부도 밀실집필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특별 홈페이지에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에 관한 많은 자료가 있다’고 홍보한다.

이 전 공사의 폭로를 계기로 사실에 입각해 역사를 바라보고 기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역사교과서를 제작 중인 교육부가 무비판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에 입각한 역사교육보다는 과거회귀식 반공교육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27일 “보훈처나 국방부에서 홍보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세계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어 자료를 홈페이지에서 내렸으며, 향후 활용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공개 집필진이 제작 중인 국정교과서는 초고를 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초고 분량은 다 채운 상태고, 1차 검토를 받기 전에 내부적으로 수정 및 보완, 윤문 등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편은 몇차례 검토와 검토의견을 반영한 수정작업을 거쳐 11월 말에 원고본을 공개할 방침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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