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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된 것만으로 평생 효도 다했다 감격했는데…"

입력 : 2016-06-27 10:36:26 수정 : 2016-06-27 2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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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가 된 걸로 평생의 효도는 다했으니 앞으로는 아들이 검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나라에 충성하길 빌겠습니다.”

지난 5월 19일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서울남부지검 소속 김모 검사의 어머니가 2015년 6월22일 서울남부지검이 주최한 ‘검사장과의 대화’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은 김 검사 등 초임 검사 6명의 부모 9명을 검찰청으로 초청해 검사실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직접 부모들과 만나 식사하며 건의사항 등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김 검사의 어머니 이모씨는 “검찰청에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을 그린 TV 드라마 ‘펀치’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검사 욕을 하는 걸 들으며 ‘우리 아들 검사 시키길 잘못했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며 “그런데 오늘 검찰청, 법정에서 검사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제가 담력이 센 편인데 검사장님 앞에서는 너무 감격스럽고 떨려서 밥도 잘 못먹겠다”고 벅찬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2015년 6월25일 법률신문 기사에 상세히 소개돼 있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아들의 ‘극단적’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일까. 김 검사의 아버지는 최근 청와대와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내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당시 상사였던 부장검사를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김 검사의 자살 직후부터 직속상관인 김모 부장검사와의 ‘갈등’이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란 소문은 무성했다. 김 부장검사는 평소 미제사건이 많은 점 등을 들어 김 검사를 꾸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는 탄원서에 “아들은 부장검사의 반복되는 일상적인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모독적 발언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김 검사는 지인 등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와 카카오톡(카톡) 메시지 등을 통해 ‘부장검사 때문에 힘들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이날 한 신문이 공개한 김 검사의 생전 메시지를 보면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진짜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부장검사가) 동료 검사 결혼식장에서 조용히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고 다그쳐 안 될 것 같다고 했더니 피로연 끝나고서까지 계속 욕을 했다. 견디기 힘들다” 등 내용이 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김 부장검사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최근 서울남부지검 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문책성이 아니라 본인 희망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한편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 역시도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며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밝혀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연판장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 ‘평검사회의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말들이 떠돌다 사그러 들었다”고 검찰 내부의 무거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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