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복을 벗은 사건 브로커 최필재(김명민)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배경은 인천. ‘갑(甲) 오브 갑’ 대해제철 며느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권순태(김상호)가 삐뚤빼뚤 써 내려간 편지에는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돈·돈·돈’ 속물근성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고 있던 필재는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앞서 ‘살인의 추억’ ‘도가니’ ‘이태원 살인사건’ 등 많은 한국영화가 우리사회에 발생했던 실제 강력사건들은 모티브로 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특별수사’ 역시 실제사건에 허구를 덧입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가 하면, 현실과는 다른 전개로 보는 재미까지 갖췄다.
영화는 순태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필재가 그 배후에 대해제철의 실질적 권력자인 여사님(김영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진짜 현실이나 영화 속 현실이나 필재와 순태의 몸부림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거듭 일깨운다. “영화에서만큼은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리고 싶었다”는 감독이나 배우들의 바람대로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고 가벼운 오락물로 흘러간다.

‘특별수사’는 ‘고구마 같은 현실 속 사이다 같은 이야기 전개’를 표방하며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저것 벌여놓은 건 많은데 이를 수습하는 과정이 결코 새롭거나 개운하지만은 않다. 곳곳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가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한편, 중반 이후 필재의 사건해결보다는 지나치게 자주 순태 부녀의 사연으로 흐르면서 지루함을 배가시킨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연기 본좌’란 타이틀로 불리는 김명민은 그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는 연기력으로 두 시간 러닝타임을 꽉 메우는 활약을 보여준다. 김명민과 함께 변호사 판수 역의 성동일이 코믹한 찰떡호흡을 과시한 가운데, 억울한 순태 역의 김상호와 그의 딸 동현으로 분한 김향기 역시 호연을 펼쳤다.
‘변호인’에서의 마음 따뜻한 ‘국밥 아주머니’ 이미지를 벗은 채, 피도 눈물도 없는 ‘여사님’ 연기를 선보인 김영애는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15세관람가. 120분. 6월16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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