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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불면증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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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30 18:07:09 수정 : 2016-05-30 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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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호황을 자랑하는 분야가 있다. ‘수면산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5만5900명에 달했다. 2011년 28만9500명에 견주면 57% 급증세다.

시장은 화끈하게 반응한다. 수면클리닉을 늘리는 것은 대형병원만이 아니다. 일반 의원도 적극적이다. 온·오프라인에선 침구, 아로마테라피 등 숙면 관련 상품이 줄줄이 뜨고 있다. 심지어 국제 학계에선 수면과 생산성 관계를 조명하는 ‘수면경제학’이 주목을 받는다. 수면 장애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증세는 다양하다. 잠이 그냥 안 온다? 불면증이다. 코골이 등으로 숙면이 어렵다면 수면무호흡증이다. 밤잠을 비교적 충분히 자도 낮에 졸립다면 과다수면증,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잠들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주요 증세가 8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밥만이 아니다. 잠도 보약이다. 세계 150개국 1만5000명에 대한 미국 갤럽연구소의 50년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한 삶의 비결을 훈수하는 ‘웰빙 파인더’의 공동저자 톰 래스와 짐 하터는 수면을 ‘당신의 하루를 재가동하는 버튼’이라 정의한다. 성인의 경우 하루 7∼8시간씩 잘 자야 건강한 하루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더, 영유아는 더욱더 충분히 자야 하고. 1965년 시행된 엽기 실험도 있다. 실험에 참가해 11일을 안 잔 미국의 10대 고등학생 랜디 가드너는 이틀째 물체 식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닷새째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운동기능을 잃은 것은 물론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바로 내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치자. 어찌해야 할까. 수면제 따위의 약물 복용에 매달리기 쉽다. 하지만 불면을 유발하는 인식과 습관을 바로잡는 인지행동 치료가 낫다고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권고가 그렇다. 미국내과학회가 최근 발표한 ‘만성불면증 관리 가이드라인’도 1차 치료법으로 인지행동 치료를 권했다. 잠이 안 온다고 약이나 삼킬 일은 아닌 것이다.

인지행동 치료는 2007년 국내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수면제 선호 환자가 많아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요즘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씨도 의사가 처방해준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드는 모양이다. 답답한 일이다. 내 몸과 마음의 문제를 알약으로 해결하겠다는 단세포적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 외려 부작용만 커지기 쉽다. 약은 곧 독이다. 상식 아닌가. 알약으로 행복이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은 없다. 영화 ‘매트릭스’에는 있는지 몰라도.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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