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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과학방담] 우주에 정말 ‘우리’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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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6 20:50:38 수정 : 2016-05-26 20: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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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 수 있는 외계태양 수없이 많아
낯선 이웃들과 함께할 미래 대비해야
중력과 온도가 지구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지구’가 적어도 2325개나 된다고 한다. 생명이 살고 있는 ‘골디락스’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혀낸 사실이다. 2009년에 발사해서 지구에서 1억2000만㎞나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는 케플러우주망원경이 15만개의 천체를 관측해서 알아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 모두의 가장 원초적인 의문이다. 나름대로 독특한 신화와 교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완전한 답은 없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우주망원경으로 무장한 현대과학을 통해 원초적 의문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노력을 했고 적지 않은 성과도 거두었다. 우리 자신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게 됐다. 우주와 생명의 정체와 기원을 궁금하게 여기는 우리가 별난 존재인 것임은 분명하다. 적어도 지구상에서는 그렇다. 누구도 그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 자신을 그렇게 높이 평가해 왔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굳이 다르게 생각해야 할 필요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과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우주에서도 우리가 정말 유별나게 특별한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대과학의 결론이다. 코페르니쿠스 또는 평범성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빛나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점 ‘지구’가 드넓은 우주의 중심일 것이라는 기대는 공허한 것이다. 오히려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있는 ‘외계 태양’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그런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이 별난 특권을 가진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도 버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드넓은 우주의 평범한 곳에서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존재라는 현대과학적 결론을 애써 거부할 이유는 없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된 과학적 발견의 필연적 귀결이기 때문이다.

평범성의 원리를 내세우는 현대과학이 푸른 행성 ‘지구’를 하찮은 행성으로 추락시켜 버리는 것은 아니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이 형편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도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교조적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절의 암울했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주 공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낯선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진정한 고귀함과 소중함을 더욱 분명하게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는 텅 빈 우주에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 존재조차 짐작하지 못했던 낯선 이웃과 함께할 미래에 대한 차분하고 냉정한 준비가 필요하다. 외계 생명과의 한 판 승부를 준비해야 할 이유가 없다. 평화적 공존은 좁아터진 지구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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