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본인 맞아요?"… 분별 안 되는 주민등록증 사진

입력 : 2016-05-07 11:00:32 수정 : 2016-05-07 14:17: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흠… 죄송한데요, 이거 본인 맞아요?”

지난 2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술집. 여성 손님이 건넨 주민등록증을 손에 쥔 이 가게 직원 이모(26)씨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진한 쌍꺼풀이 인상적인 여성 손님이었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에는 쌍꺼풀이 없고 턱선도 다른 앳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멈칫하자 손님은 곧장 “여권을 보여주겠다”며 가방을 뒤적였다. 당시를 떠올리던 이씨는 “서로 머쓱했다”며 “아주 앳되 보이지만 않으면 주민등록증은 생년월일만 훑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의 본인 식별 기능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별한 갱신 규정이 없다보니 처음 만들 때 쓴 사진 그대로이거나 보편화된 성형수술 이전 사진인 경우가 적지 않아 청소년 등이 신분을 속이는 데 악용한다는 것이다.

6일 주류·담배 등을 판매하는 술집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업주들은 주민등록증으로 본인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김모(24)씨는 “담배나 주류를 팔 때 주민등록증은 형식상 확인할 뿐”이라며 “성인 여부는 주민등록증이 아니라 손님 분위기와 얼굴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술집에서 근무하는 이모(26)씨는 “주민등록증 사진이 실물과 비슷한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며 “여자 손님은 실루엣만 비슷하면 넘어간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주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난해 12월 서대문구청은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에게 소주 등 주류를 판매한 A(72·여)씨에 대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들이 A씨 손자의 선배라며 버젓이 내민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물을 꼼꼼히 대조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업 특성상 본인이 맞다고 우기거나 일행이 다수인 경우 일일이 본인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노리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민등록증 거래도 횡행한다. 10대 청소년이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 주민등록증은 1장당 1만∼3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신분증을 사고 팔거나 허위로 재발급할 경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지만, 술이나 담배를 사기 위해 이를 구매하려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고등학생 이모(16)군은 “술집에 다니는 친구를 보면 성인인 형이나 선배에게서 받은 주민등록증 하나 쯤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당국이 사안의 심각성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이웅혁 교수(경찰학)는 “많은 청소년이 성인 신분증을 구해 술·담배 구매 등 비행에 쓰고 있다”면서 “주민등록증만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문제 등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운전면허증처럼 주민등록증도 최소한의 갱신 기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