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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물부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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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6 21:31:58 수정 : 2016-05-07 0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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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혼처에 앞서 좋은 물부터 찾은 나라가 있다. 방글라데시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괜찮은 신랑감을 구하려면 관(菅) 우물을 신부 지참금으로 내놓아야 했다. 관 우물은 작은 관을 땅속에 박아 물을 뽑아 올리는 우물이다. 깨끗한 수자원이 모자라는 지역 특성이 이색 혼수 문화를 만든 것이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다. 물이 귀할 까닭이 없다. 적어도 고전 경제학은 그렇게 가정했다. 애덤 스미스는 “공기와 물 혹은 무한히 존재하는 자연의 다른 선물들을 사용할 때 (인간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애덤 스미스는 양조업자, 염색업자 등이 끊임없이 물을 쓰지만 “공급이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가, 즉 교환가치가 있기 어렵다. 애덤 스미스가 살던 18세기 유럽에선 양조업자조차 물값을 낼 줄 몰랐다.

21세기는 다르다. 물이 사용가치에 더해 교환가치까지 갖게 된 지 오래다. 이른바 ‘희소성’을 갖게 된 까닭이다. 세계 각지에서 물 분쟁이 빚어진다. ‘블랙 골드’(석유) 시대가 가고 ‘블루 골드’(물) 시대가 온다는 호들갑도 요란하다. 세계 물 시장 규모는 3년 전에 60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8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물이 귀한 것은 방글라데시만이 아니다. 국경을 접한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3억3000만명이 일상적으로 물부족에 허덕인다. 아프리카 등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요즘 방글라데시의 신부 지참금 목록엔 관 우물이 없다. 물이 덜 귀해져서가 아니다. 새신랑 가족이 지참금 덕분에 새로 얻은 관 우물들이 독성 강한 비소에 오염된 것으로 훗날 드러나 국가적 파문을 빚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물부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낸 보고서에서 “인구와 소득 수준의 증가, 도시 확장 등으로 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다”면서 2050년까지 인도, 중동 등 세계 대다수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물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은 GDP가 14% 하락하고 아프리카 사하라 일대는 11.7%, 중앙아시아는 10.7%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물부족 경고는 물론 새롭지 않다. 거의 매달 쏟아지니까. 동북아는 다행히 이번에 직접적 경고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위안거리도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대한민국 GDP도 세계적인 물부족으로 인해 2050년 7.1% 감소한다고 지적된 것만 봐도 그렇다. 국내 상수관의 노후화로 인해 2014년 한 해만 해도 6억9100만t의 수돗물이 땅속으로 줄줄 새어 나가버린 우리 물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고….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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